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
학교에 다니면서 언젠가 한 번쯤은 휴학을 할 거라고 다짐했었다. 굳이 졸업이라던가 취업을 서둘러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쉬어 가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그 기간동안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3학년까지를 무사히 마치고 지난 겨울방학 학교에 휴학원서를 냈다.
동기들과 친구들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투덜거릴 때, 휴학생 신분인 나는 늦잠도 실컷 자고 과제에 대한 압박감 없이,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그저 편히 쉴 수 있을거란 생각에 들떠있었다.
근데 방학이 끝남과 동시에 개강이 찾아오고 막상 3월 2일이 되어 모두들 회사로 학교로 떠나고 나니 뭔가 씁쓸해졌다.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상쾌하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우울한 느낌이랄까. 그냥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내가 선택했던 것인데. 그냥 씁쓸하고 쓸쓸하고 그리고 우울했다.
우울한 맘을 달래보고자 같이 휴학을 하는 친구에게 뭐하냐고 카톡을 보냈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나 학원이야. 근데 벌써부터 하기 싫어 죽겠다. 차라리 1년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래서 그냥 실컷 놀고싶다."
회계사를 준비한다는 친구는 휴학을 결심하고 벌써부터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우울한 맘에 뭔가 위로를 받아볼까 하고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가 괜히 더 우울해졌다. '난 지금 뭘 하고 있나. 이게 과연 잘 하고 있는건가.'
그렇게 며칠을 우울함에 사로잡혀 지내다가 일주일 쯤 지나고 나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괜찮아졌다. 교환학생 준비도 하고, 운동도 다니고 새로운 일을 찾았다. 그동안 가고싶어했던 전시회를 다니고, 보고싶었던 영화를 보러 다녔다. 처음엔 혼자 하는 게 어색했던 것들이 이젠 오히려 혼자 다니는 게 더 편해졌다. 지난 반 년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혼자 보내는 시간을 가졌던 게 많은 도움이 됬다.
휴학을 하고 내 신분은 재학생이 아닌 '휴학생' 이 되었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저 개강하는 날 남들이 다 가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 뿐. 근데 난 그 과정에서 무언가 내 소속감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었던 것 같다.
매일 아침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얘기를 나누고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그 평범한 일상을 잠시 쉬어가려고 했던 것 뿐인데. 그 속에서 난 나의 소속감을 잃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우울함을 느꼈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그 어떤 것에도 소속되지 못했을 때 그때에 오는 우울감과 씁쓸함은 얼마나 더 크게 느껴질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무언가에 속해 있다는 것,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미치는 영향이 꽤 크다고 느꼈다. 물론 지금은 아주 잘 지내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