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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베카 May 02. 2022

내 생의 첫 책이 나온다는데, 나는 심심하다.

누가 나 밥 좀 사 주

              

“언니, 나 요즘 에세이 낸  작가들의 책을 여러 권 돌려가며 보고 있거덩. 대부분 두 세 권씩 낸 작가들이야. 근데 왜 첫 책의 그 쨍한 신선함이 두 번째 책에선 잘 안 느껴지는 걸까? 이미 내가 그 작가의 글투에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누구나가 그렇듯이 그 ‘첫’에 작가의 거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두 번째는 썰렁하고 심드렁한 소재만 남아서 그런 걸까. 두번째 부터는 동어 반복 같기도 하고 자기복제 같기도 하고... 왜 영화도 속편이 좀 시시하고 별로고 그렇잖아. 그래서 말인데... 나도 나의 이 첫 책이, 나의 첫 책이자 마지막 책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어.”     


나는 윤언니에게 나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윤언니는     


“니는 책도 나오기 전에 뭔 그런 걱정을... 내 보기에 너는 지금이 제일 좋은 때인 것 같은데. 그냥 좀 즐기면 안 되나. 글도 다 썼겠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 같은데... 아니야?”     


“음... 언니 난 뭐랄까. 심심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책 띠에 자기소개까지 다 넘겼으니 이젠 출판사가 알아서 만들어 주겠죠? 나한테는 이미 너무 종료된 일이네요. 언니도 알다시피 나 탈고한 지 거의 1년 다 됐잖아. 이젠 내가 뭘 어떻게 썼는지도 잘 기억도 안 나. 이건 마치 집 나간 내 글이 출판사의 손을 거쳐 ‘어머니, 지는 이제 책이 돼서 돌아왔슈-’ 하는 것 같다니까요. 그럼 나는 ‘어디 보자, 아이고 맞네 맞네. 이 말줄임표..., 니는 내 글이였네.’ 뭐 이런 기분이랄까.”     




내 책을 내어주는 출판사는 '한국경제신문출판사'다. 이 출판사는 에세이나 교육 관련 책을 내기도 하지만 주로 경제 관련 도서를 내는 곳이다. 원래 계획이라면, 나의 책은 작년(2021년) 5월 즈음이나 늦어도 가을 넘어가기 전에는 출간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작년이 어느 해인가, 주식과 비트 코인이 대한민국 재테크 계를 휩쓸던 해가 아닌가. 그러다 보니 내 책은 주식과 비트 코인 관련 책 출간에 후순위로 밀리게 되었다.     


아이 나이를 기준으로 하자면 아이 7살(2020년) 때 한참 책 목차의 글을 집중해서 썼다. 글쓰기에 참 좋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오후 3시에 집에 왔으니, 오전에는 글 쓰고 오후엔 집안일 좀 하고 하원한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 되었다. 그렇게 글쓰기와 엄마 역할을 병행하며 1년이 지나갔다. 그리고 아이가 8살(2021년)이 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니, 아이는 12시 10분이면 집에 오곤 했다. 코로나로 인하여 단축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일찍 하교하는 아이와 놀이터에서 2~3시간 놀고 태권도 학원 보내고 그러다 보면 저녁 식사 시간이 되곤 했다. 한글을 떼지 않고 입학한 나의 아이는 학교 수업 진행을 버거워했고, 나는 우는 아이를 앉혀 놓고 한글과 연산을 알려주어야 했다. 학교는 어린이집과는 완전히 다른 체계로 돌아간다. 아이들이 한글과 연산을 배우고 온 것을 전제로 하는 듯했다. 그렇게 나와 아이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읽고 쓰고 계산하는 것을 좀 더 진지하게 익히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겨울이 되었고, 나는 이사를 했다. 작년(2021년)은 초등학교 1학년 엄마로 사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작년 1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일상이 너무 산만하고 공사다망했기에 나는 글쓰기를 잊고 살았다.     


그렇게 올해(2022년)가 되었고 어느 날 문득 편집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의 책이 5월에 출간될 예정이니, ‘들어가며’를 A4 용지 2장 정도로 써 달라는 것이다.     


아 맞다, 나 책 나오지. 좋아, 함 써 볼까.


이제 9살이 된 아이가 등교를 하면 아이 7살 그때처럼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렇게 ‘들어가며’를 쓰기 위해 ‘한글과 컴퓨터’를 오랜만에 열었다. 그리고 글을 써야 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 백스페이스 키를 무한으로 눌러서 쓴 거 다 지우고, 믹스커피 또 타서 마시고,  괜히 청소기도 한 번 돌렸다. 그러다가 또 좀 쓰고 완성되면 출력해서 읽고, 읽으면서 또 고쳤다.     


몸은 내 글쓰기 패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들어가며’를 두 가지 버전으로 다르게 서서 보냈다.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내가 재미있어서 그렇게 했다.     


완성된 글을 보면 여러 느낌이 든다.

몽글몽글 마음 한쪽이 꽉 차지만 왠지 살짝 느끼하고 부끄러운 기분.

누군가가 읽어주길 간절하게 바라지만, 또 제발 좀 안 읽어주길 바라는 기분.

고쳐야 할 부분이 보이지만 스스로 내 글에 신물이 나도록 질려버려서 이 글을 계속 더 수정했다가는 과호흡을 경험할지도 모르기에, 이쯤에서 이 글은 접고 다음 글을 기약할 수 있는 에너지를 남겨놓아야겠다고 스스로 정신 승리하는 기분.

그렇게 나의 완벽하지 않음을 그대로 인정하고, 이런 내가 너무 인간적이고 친근한 사람이라고 독자도 나와 함께 느낄 거라고 상상하는 기분.     


그런데 나는 잊고 있었던 글쓰기의 이 기분을 ‘들어가며’를 쓰며 다시 맛보고야 말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계속 쓰고 싶은가? 아니 계속 쓸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글쓰기’라는 이 말은 또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나는 어정쩡하다. 출판사와의 계약 빨로 1년간 글쓰기를 했다. 그리고 그 후 1년간은 글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들어가며’를 쓰며 잊고 있었던 글쓰기의 재미를 느껴버렸다. 그래서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글감이 없다.      


나는 이런 나의 고민을 윤언니에게 털어놓았다. 윤언니는 말했다.     

“이걸 써라.”     

아.

그래서 썼다.     


하나의 주제가 있어서 한 10 꼭지 이상은 거뜬히 나오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그 주제를 밀도 있게 고민해보고 나의 두 번째 책을 만들 수 있을 테니. 그래서 큰 하나의 주제를 찾아야 하는 것에 생각이 매몰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벼운 스텝으로 쓰는 것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조금씩 성실하게 말이다.     


그런데 정말이지, 나는 심심하다.     


배우 윤여정은 충무로에서 밥을 잘 사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입봉은 하였으나, 차기 작을 마련하지 못한 감독들에게 밥을 잘 사 준단다. 그래서 말인데, 누가 나도 밥 좀 사 주면 좋겠다. 책은 나오지만 다음 책을 준비하지 못해서 뭔가 슬렁슬렁 심심한 나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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