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자극적인 일일수록, 더 쓸맛이 난다
탈고.
2년 전 즈음 계약한 책이 5월에 나올 예정이다.
아직 제목도 미정이지만.
일 하나가 끝난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
계약 이후, 2년이라는 기간을 돌이켜보면 처음 9개월 정도가 열심히였고, 그 후는 글보다는 내 일상다반사를 처리하느라 시간이 흘러갔다. 솔직히 '나는 이 책에 내 영혼까지 갈아넣었어.' 라고 당당하게 말하지는 못하겠다는 자백이다.
그런데도 매달리고 있던 어떤 것에 끝맺음이 보이니, 나는 또 다른 것을 시작하고 싶다.
작년에 겪었던 어떤 일을 써야겠다고 결심만 한 상태.
그런데 괴롭다.
그 일에 관련된 전화 통화 녹음이 되어있던 상태인지라, 나는 글을 더 생생하게 쓰기 위해서 일부러 지우고만 싶었던 그 통화내용을 찾아들었다. 그런데 역시나 또 화가 나네.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에그.. 말을 저리밖에 못 하나.'
나의 바보스러움이 한탄스럽다. 좀 더 신박하게 받아쳤었어야지. 그걸 듣고만 있냐. 답답하구만.
그러면서도, 듣길 잘 했다 싶다.
야~ 이 부분 그대로 쓰면 되겠네.
라며 좋은 글감을 확보한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낀다.
나는 아마도 글을 써 갈 것이고, 그 날의 일과 그 다음 날의 일과 또 그 다음날의 일을 시간 순차대로 떠올리고 떠올리고 떠올릴 것이다. 분명 어떤 장면에서는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좁은 거실을 몇 바퀴 뱅뱅 돌며 숨을 가라앉혀야만 다음 장면을 쓸 수 있는 날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쓰고 싶다.
쓰면 재밌다. 신난다. 그래서 또 쓴다.
괴로운 일일수록 쓰고 싶어지는 이 아이러니함.
그렇다고 일부러 괴로운 일을 경험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쓰다보면 또 다른 시각이 생기리라. 기대해본다.
복기는 괴롭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