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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베카 Nov 19. 2020

내 일상의 편성표엔 글쓰기가 있죠.

 

  의무적으로 가야 곳도, 정해진 시간까지 맞춰서 해야 할 일도, 딱히 만날 사람도 없는 텅 빈 낮의 시간. 집안일과 아이 돌봄의 무게가 가벼워서 멍해지고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1601호 아줌마와 현민이 엄마로써만 존재하는 그런 시간 말고. 나로써 존재하는 딱 그 몇 시간이, 나에겐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내 삶에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야 하는지를 몰랐다.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전업주부라는 이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편성해야 하는지, 나는 몰랐다.   



   누가 제발 좀 알려줘라. 왜 이런 건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거야... 결혼만 하면 된다고. 애만 낳으면 된다고. 엄마가... 언니가... 남편이... 그랬는데... 그렇게만 하면 분명 행복할거라고. 남들 다 그렇게 사니까 너도 그렇게 살으라고... 그래, 이제와서 누굴 탓해. 다 내가 좋아서 한 건데... 근데... 난 왜 이렇게 나랑은 안 맞는 옷 입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지. 왜 이거 다 벗어놓고만 싶지. 엄마, 난 아닌 거 같아. 난 이 삶이랑은 안 맞는 거 같아. 여보... 미안해. 근데 나도 나를 어떻게 못 하겠어...    



   그래서일까. 나는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정말로 만나고 싶었다. 그녀들은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주부로써 엄마로써 또 나로써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그녀들의 그 삶이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만날 사람이 없었다. 나누고 공감할 친구가 없었다. 나만 이렇게 답답한 거 아니지... 다들 이런 생각... 하는 거지... 남편 말처럼, 그냥 하루하루 사건 안 터지고 무사히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며,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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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초고를 다 썼습니다.


현재 1차 수정중인데요


이 부분을 퇴고하다가, 이야. 나 글쓰기 안 했으면 뭐했을까 싶으네요


아이 4세 시절의 저는, 정말 저랬거든요


몇 년의 세월 동안, 저는 아줌마로 그리고 엄마로 이 삶을 살기 위해서 이렇게 서걱서걱가는 시간을 붙잡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글쓰기라는 도구를 사용한 것일지도 몰라요


그렇게 오전 10시부터 오후1시까지. 점심식사 전까지 무조건 컴퓨터 앞에 앉으면서, 스스로 이 삶을 편성해내는 방법을 찾아가고자 한 거 같아요


그래서, 정신적으로 많이 건강해진것도 사실입니다.


글쓰기. 좋자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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