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뒷모습
하루 중 내가 가장 아끼는 순간 중 하나. 아이와 함께 학교를 가는 길이다. 나는 무조건 아이의 손을 잡는다. 날씨가 쌀쌀해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으려는 아이에게 '엄마랑 손 잡자'며 배시시 웃으며 애교를 발사해본다. 아이는 못 이기는 척, 잡아준다. 벌써 9살이거나, 겨우 9살인 아들과 함께 손을 잡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학교를 가는 길이 내 하루의 시작이다.
생각해보면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아들녀석인데도, 손을 잡고 있는 시간은 5분도 채 안 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자주 잡고 있던 손이였는데, 아이의 손은 이제 나의 손보다는 자전거를 잡거나 친구의 손을 잡거나 학원 가방을 들고 있는 시간으로 대치되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문득 내게 묻는다.
"엄마, 내가 지름길 알려줄까?"
"오 그래."
"엄마 이 길로 가 보자. 이 길로 가면 더 빨라."
아파트를 둘러 가는 길이 더 빠르다며 내 손을 잡아끄는 녀석의 셈에 나는 속아넘어가 준다.
"그러네, 이 길이 훨씬 빠르네."
"엄마, 저 큰 길 보이지. 우리 저기서 버스타고 직업체험 다녀온거야."
"그랬구나."
한 달 전 다녀온 체험활동이 아직도 생각나는가보다.
어느 새, 학교 정문.
"아잉, 어떻게 해. 벌써 왔네. 나는 좀 천천히 걸어갈래."
라고 하며 내가 발걸음을 늦추자 아들이 걸음에 속도를 낸다.
"엄마, 나는 도서관에 가서 할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어. 좀 빨리 걸어."
"그래. 그러자."
정문에서 나를 안아주고 학교로 들어간다.
녀석은 돌아보며 손하트를 발사해준다. 그리고 또 돌아서서 큰 하트를 머리위에 만들어 준다. 그리고 또 돌아서서 뽀뽀를 발사해준다. 아이고 녀석아.
고맙다.
나는 이 순간을 구지 글쓰기로 남겨둔다.
이 순간을 박제해둬야겠다는 욕심이다.
글로 남겨 불멸화하려는 이기심이기도 하다.
언젠가, 사춘기가 와서 내게 모진 말을 할 수 도 있는 너를, 이 글을 보면서 '아이고 우리가 이런 때도 있었구나'하며 눈물 흘려보려는 보험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내게서 멀어지고 있는 아이를, 지켜보는 것이 마땅할진데.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나는 글로 써 둔다. 내게 너가 얼마나 고유한지를. 구체적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