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어려운 일본 다도의 세계

차에 도가 있으니, 그 도를 좇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by Scarlet

보통 차를 이야기할 때, 중국 차는 다예(茶藝), 한국 차는 다례(茶禮), 일본 차는 다도(茶道)라고들 한다. 일본 차는 도(道)를 쫓는다. 중국 차가 아름답고 기품이 있으며, 다양한 기예를 선보이는 데 반해 일본 차는 차분하고 조용하며, 그리고 까다롭다. 한국은 상대방에 대한, 그리고 차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차를 우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중 다도를 쫒게 되었다. 신기한 일이다. 나는 가장 다도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ADHD 증상이 있다. 약을 먹고 있으니 딱히 잘못된 정보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수선하고 한 가지에 꾸준히 집중하는 걸 하기 어려워한다. 그런 내가, 오로지 차에만 집중해야 하는 일본의 다도를 선택하게 된 건 운명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어림짐작도 하기 힘든 선택의 이유는 단순히 '기모노를 입을 수 있다' 였다. 사실 내가 기모노를 좋아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기모노는 한중일 3국 옷 중에서 가장 입기 까다로운 옷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치파오를 입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옷 자체는 입기 까다롭지 않아 보인다.


끈을 매고, 또 매고... 다듬고 또 다듬고. 그 수많은 과정을 어쩌다 내가 좋아하게 된 것일까. 다도도 마찬가지다. 다도에는 '와리게이코(割稽古)'라는 개념이 있다. 바로 나누어 배운다는 것인데, 차를 우리는 것을 '데마에(点前)'라고 하고 이 데마에에 필요한 다양한 행동들을 '나누어(割)' 배우는 것을 와리게이코라고 한다. 지금 나는 후쿠사 접기와 챠센토오시(茶筅通し)를 배우고 있다.


후쿠사는 주황색 손수건이다. 이 손수건으로 차통(나츠메라고 부른다)이나 차샤쿠(말차를 차통에서 떠서 다완으로 옮기는 도구)를 닦는다. 이러한 차기들을 닦는데도 정성이 필요하다. 그 정성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이 일본 차이다. 그러니까... 행동이 생각보다 굉장히 까다롭고 과정이 복잡하다. 그 복잡한 과정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이 와리게이코의 목적이다. 생각하지 않고도 자연스레 몸으로 나올 수 있는 것, 그게 와리게이코인 것이다.


사실 일본차의 특수성은 차를 마시는 손님으로 들어갔을 때 드러난다. 일본차는 의례와 법식이 존재하고, 그 엄격한 틀 속에서 손님 또한 벗어날 수 없다. 사실 그런 엄격함은 일본차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력이기도 하다. 손님과 정주(亭主, 주인) 는 대화 없이도 자연스럽게 차를 대접해줄 수 있다. 손님은 자연스럽게 과자를 먹고 차를 마신다. 정주는 차를 우리고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참 신기한 세계다.


최근에 일본차를 시작하다 보니 갖고 싶은 것이 늘었다. 물론 제일 갖고 싶은 것은 기모노다. 기모노나 오비는 갖고 있어도 갖고 싶어지는, 그런 욕망을 만드는 것 같다. 둘째로 갖고 싶은 것은 나츠메다. 요즘 하고 있는 와리게이코가 나츠메를 닦는 것이다 보니, 다른 도구가 아니라 나츠메를 닦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세 번째로 갖고 싶은 것은 차선이다. 챠센토오시(茶筅通し)는 차선(茶筅)으로 말차를 젓기 전에, 미리 확인하는 과정이다. 차선을 세 번 보는데, 그것도 나름대로의 형식이 있어서 매우 아름답고 까다롭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차선은 오래되어 좀 낡은 게 싫다. 그래서 새 차선이 갖고 싶다.


차를 하면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항상 욕심이 먼저 앞선다. 아직 와리게이코를 하는 단계인데도, 벌써 앞선 생각을 하고 있다. 좀 더, 내 앞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지금 당장, 눈 앞의 일에 집중하는 것. 그게 다도의 제 1 원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