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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Oct 08. 2024

나의 돈 관리 이야기 6 - 가계부 ②

소비 패턴 찾기, 생각보다 어렵구나~!

드디어 내가 쓸 가계부를 정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어찌 보면 돈 관리의 첫 걸음마를 뗀 것과 같다. 가계부라고 하면 어쩐지 돈이 모일 것 같은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계부는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돈 관리를 더 잘 하는 걸지도 모른다.


가계부는 사람을 탄다. 돈 관리를 잘 하는 내 친구와 나를 비교해 봐도, 가계부 스타일이 서로 다르다. 친구는 가계부를 열심히 쓰는 타입이 아니다. 귀찮다고 했다. 대신, 매일 쓰는 총 금액을 달력에다 적어두며 기록한다. 매일 얼마씩 썼는지 확인이 가능하기에, 최종적으로 매월 혹은 지금까지의 소비를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다. 더불어 친구는 통장쪼개기도 하고 있다. 내 생각에, 친구는 이미 고정 지출과 변동 지출 금액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니 변동 지출을 기록하며 본인의 소비 패턴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했다.


나는 지금 지출의 카테고리를 파악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변동 지출이 얼마인지, 고정 지출이 얼마인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쓴 첫 가계부가 카테고리가 정확히 잡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고정 지출을 파악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 때는 내게 맞는 가계부가 무엇인지 몰랐을 때였다.


종이 가계부는 굉장히 다양한 내지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건 내게 맞는 가계부를 선택하는 일이다. 최근의 대세는 어쩐지 매일의 지출을 정리하고, 일별로 지출 금액을 총 정리하는 간단한 가계부같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가계부는 처음 가계부를 써야 해서 매일 기록하는 버릇을 들이거나, 아니면 친구처럼 고정지출을 파악한 뒤에 쓰는 게 유용할 것 같다. 왜냐면 나는 고정지출을 파악해야 했는데, 이 가계부로는 도통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을 한눈에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 월간 지출을 한 페이지에 정리하는 간단한 가계부도 내겐 맞지 않았다. 소비일기 다이어리처럼 아예 다이어리와 일체형이 된 디자인도 보았는데, 스케줄러와 일기를 따로 쓰는 내 눈에는 좀 귀찮아 보여서 패스했다. 귀찮다는 이유로, 나는 직접 카테고리를 적는 다이어리도 패스하기로 했다. 카테고리 정리도 뭘 알아야 직접 적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선 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은 가계부를 쓰면서 깨달은 것이다. 나는 나의 첫 가계부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있다. 다이소에서 산 이 가계부가 아니었으면, 나는 애초부터 가계부 쓰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쓰는 가계부는 달력, 카테고리별 소비 기록, 월별 지출 결산으로 나뉘어 있다. 내 총 자산을 관리하며 숫자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 마음에 들었고,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어 날짜만 적으면 되어서 편했다.


가계부를 쓰기로 마음먹은 뒤, 나는 매일 카테고리를 나누어 사용 금액을 적는 생활을 시작했다. 보통은 카드로 결재를 하고, 결재 내역은 문자로 받아보는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며칠쯤 까먹어도 괜찮다. 나는 2주간 가계부를 미룬 적도 있다. 하지만 한두 주 정도는 내역을 보는 순간 언제 어떻게 썼는지 대략적으로 기억이 나니 괜찮았다. 주말에 여유될 때 하루쯤 날 잡고 한 주의 지출을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정리를 위한 계산기를 하나 장만할까 싶어 인터넷에서 계산기를 뒤지기도 했다.  


문제는 6개월의 기록이 끝난 뒤였다. 나의 소비 패턴은 굉장히 들쭉날쭉했다. 가계부에서 보여준 고정지출의 비율은 별로 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고정지출'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도 몇 있었다. 예를 들자면, 나는 척추 측만증으로 교정을 받고 있는데 교정은 10회에 50만원이다. 횟수이니 월별로 얼마인지 표기하기 까다롭다. 치과 치료는 한 번에 130만원이 나가는 일도 있었다. 이런 내역이 몇 개씩 보이자, 나는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나는 통장 쪼개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통장 쪼개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가계부를 쓰며 부지런히 쓰는 예산을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월별 생활 후 남는 돈은 전부 자유적금에 넣었다. 이건 내 충동구매 성향이 좀 줄어든 덕도 있었다. 물건을 사려면 ATM까지 가야 했는데, 그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고 인터넷 쇼핑을 포기한 덕이다. 위에서 적은 계산기도 그런 이유로 사지 못했다. 생활에 꼭 필요한 건 수수료를 좀 들더라도 근처 다른 은행 ATM에서 이체했다.


이런 생활 패턴의 장점은 카드 하나, 통장 하나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에 갈 일도 별로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플하다. 계산에 복잡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한 달을 생활하고, 남는 돈은 최대한 빨리 자유적금에 추가납입하면 되니 낭비도 생각보다 없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충동구매 성향이 있다면 '후 저축'패턴은 좋지 않다. 나는 이미 납입하는 적금이 있어 선저축 패턴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 부분을 일부 상쇄했다.


나의 생활 패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계부를 꾸준히 쓰는 것이었다. 내 전체 자산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가계부를 쓰면서 쓸데없는 부분은 아끼고, 더 절약할 부분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매월 소비 패턴을 확인하고, 반성하고, 고민했다. 나는 저번 달 가계부를 정리하며 좀 충격을 받았는데, 내가 한 달에 140만원 정도를 썼기 때문이다. 내 생각보다 먹고 사는 것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달에는 얼마나 알뜰하게 줄이고 심플하게 정리할 수 있을지 숙제가 생겼다.


내 가계부 작성 스타일은 정말 취향을 탈 것 같다. 하지만 모두에게 가계부는 한 번쯤 써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머릿속으로 어림짐작한 것과, 실제로 계산한 금액의 차이는 내 추측보다도 크다. 그리고 아주 사소해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은 소비가 내 가계부를 장악하기도 한다. 가계부를 쓰며 느낀 것은 고작 만 원짜리, 오천 원짜리 물건들이 모여 갑자기 오십 만원이 된다는 거였다. 돈을 모을 땐 항상 티끌 같던 천 원들이 소비할 땐 어찌 그리 존재감이 대단하던지.....


다음 챕터에는 나의 지금을 기록하려 한다. 이렇게 열심히 가계부를 쓰고, 통장과 카드를 정리한 이후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물론 나의 삶은 대단하지 않다. 다만 현재를 기록하는 것이 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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