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본 영화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을 꼽으라면 나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라고 답할 것이다. 이 영화는 내 넉 달을 지배하며 수많은 나의 취향에 영향을 미쳤다. 이 영화 때문에 나는 관심도 없던 홀로코스트를 미친 듯이 검색했고, '쇼아'라는 장편 다큐멘터리(9시간이 넘는다), '사울의 아들', '쉰들러 리스트'를 보았다.
이 영화는 강렬하다. 시각적으로 지루함을 느낀 것과 상관없이, 이 영화가 내는 '소리'는 내 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계속 이상한 소리가 빙빙 돈 탓이다. 이 강렬한 소음이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내게 보낸 강렬한 메시지였다. 비명들, 총소리들, 불타오르는 수많은 것들... 나는 이동진의 평론과 영화 제작 비하인드를 찾아보고서야 겨우 알게 된 것들이지만..... 영화를 갓 볼 때의 나는 너무 무지했다.
홀로코스트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찾아보며 더 상세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용소는 '노동'과 '절멸'로 나뉘고, 절멸 수용소는 말 그대로 살인만을 위한 수용소였다는 점. 가장 많이 알려진 아우슈비츠는 노동과 절멸 두 가지를 다 수행하던 수용소였고, 매우 컸기 때문에 그 만큼의 보존이 이루어졌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수용소를 조금씩 알아나가며, 영화를 볼 때 들었던 수많은 '소음'들이 좀 더 명백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홀로코스트를 가장 잘 알려주는 영화라 해서 선택한 '쉰들러 리스트'는 확실히 내게 진실된 무언가를 알려 주었다. 어렴풋하게 추측만 하던 비극이 무시무시할 만큼 뚜렷하게 나타났다. 사울의 아들은 더 리얼했고, 그만큼 더 비참했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다큐멘터리 '쇼아'가 가장 무서웠다. 이건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었다. 잔인한 장면은 단 한 컷도 나오지 않는데도, 나는 쇼아를 보는 내내 이상한 공포감에 시달렸다. 뜬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가 갑자기 현실이 되어 내 옆에 자리잡은 듯한 소름이 돋았다.
앞서 말했듯, 클로드 린츠만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어쩐지 뜬구름을 잡는 듯하다. 사람들은 과거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트레블링카 역에 멈춰 선 기관사라던가, 유대인들의 머리를 자르던 이발사, 맥주를 만들고 있던 나치 전 부역자... 그들에게 있어 과거는 안온하고 평화로운 추억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의 과거는 죽음과 투쟁, 비극과 살인, 비참한 삶으로 이어진다. 그 진실을 몰랐던 이들만이 그저 웃으며 자신의 삶을 영위할 뿐이다. 린츠만은 그들을 놓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희생자들의 집에서 사는 이들은, 자신의 집을 자랑스러워하며 웃고 있었다. 그들은 과연 아무것도 몰랐을까?알 수 없는 일이다.
이 무시무시한 계획 살인에서 도망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지금 이루어지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살해 또한 궁극적으로는 그 당시의 잔인함과 맞닿아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바뀌지 않은 것이 인간의 잔인함일까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그나마 사회적으로 반대 분위기가 형상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을 이스라엘의 행위에 속이 쓰리다. 그들은 과거의 역사에서 과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것일까.
아우슈비츠조차 이름을 헷갈리던 내가 수많은 수용소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들의 폭력을 기억하고, 또 다른 삶에 접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정말이지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혹여라도 OTT에 들어오게 된다면 아무나 내게 조용히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진지하게,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말하겠다. 그리고 그 전에, 나도 다시 이 영화를 보고 싶다. 그 때 내가 소음이라 뭉뚱그려 치부한 그 수많은 소리들을 다시 듣겠다. 그러면 그들이 내게 말을 걸어와 줄 것이다. 소음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가 되어 내게 말을 걸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