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노화에 대한 생각

내가 호호할머니가 되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by Scarlet

나는 겁이 많은 편이다. 항상 겁을 내고, 미리 걱정을 해 둔다. 남들은 내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시원시원하고 선택도 빠르게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살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는 훨씬 더 많은 걱정과 고민을 담아놓고 산다. 그리고 최근의 고민은 노화다. 이제 서른도 중반이 넘어가는 나이, 슬슬 내 몸의 변화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문득문득 그런 걸 느낀다. 젊었을 땐 이걸 어떻게 했지? 같은 것. 술을 마시고 저녁 늦게까지 논다거나, 무거운 짐을 옮긴다거나, 앉았다 벌떡 일어나며 그런 생각을 한다. 이제 나는 술을 마시고 일찍 잠들고, 무거운 짐을 옮기기 전엔 스트레칭을 해야 하며, 앉았다 벌떡 일어나면 어지럼증이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했던 것들이, 더 이상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는 순간.


문득 노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나는 점점 늙어갈 것이다. 그건 현대 의학으로서는 역행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내가 노화되는 만큼, 나는 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노화의 속도를 조금 늦추는 방법뿐이다. 그 방법들도(운동이라던가 건강보조제 같은 것들)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는 내가, 과연 노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최근의 나는 그런 생각으로 바쁘다.


남들과 같은 마흔, 남들과 같은 쉰이라고 해서 다 남들과 같지는 않다. 각자 다른 컨디션으로, 각자 다른 건강함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무거운 짐을 옮기면서, 내 가방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언뜻언뜻 그런 생각을 한다. 과연 내가 이와 같은 삶을 마흔에도, 쉰에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매일 개켜 넣고 다시 꺼내는 이불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순발력이 요구되는 다양한 것들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는다. 사실 운동은 취미 붙이기가 정말 어렵다. 애써 붙인 취미는, 허리 통증으로 잠시 쉬고 있다. 예전엔 운동을 하면 몸이 좋아했는데, 요샌 운동을 해도 몸이 좋아하질 않는다. 오히려 적당히 선을 봐 가면서 하지 않으면 몸을 다친다. 십 년이라는 시간이 내게 알려준 것은, 나의 노화가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나는 고민한다. 과연 내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노화 이후에도 내 삶이 지속적인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가? 무거운 후라이팬과 냄비들을 바라보며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를 생각한다.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나의 허리와, 운동 간의 적당한 밸런스를 찾아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이십 년 뒤에도, 지금의 나처럼 살고 싶기 때문이다. 일부는 포기하고 일부는 양보하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양보하지 못할 무언가를 계속 지켜내기 위햇이다. 내가 나이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 내야 한다. 나의 일상을 어떻게든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야 한다. 나는 언제든 매일 방을 닦고, 배갯잇을 한 주에 두 번 세탁하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 나는 나이고 싶다. 시간이 지나도 나는 나이고 싶고, 내가 나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볼 때가 온 것 같다. 노화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나였던 것'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 듯하다. 내가 일상적으로 해왔던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면서, 나도 잃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 나의 즐거움과 내 삶을 채워주던 다정함이 하나씩 줄어드는 슬픔.


그러니 나는 운동하고, 몸을 챙기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한다. 물건을 높은 곳에 두지 않고, 가벼운 무게를 지향하며 최소한도의 짐으로 최대한의 삶을 살기 위해 애쓴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취미를 갖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의 내가 노화에 말려들어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아무리 힘들고 귀찮고 짜증나더라도.


우리는 오래 살 것이다. 예상 수명이 길어진 요즘, 과연 예상 수명과 우리의 건강은 비례하는지, 우리의 행복은 비례할 수 있을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묻는다. 그리고 그 노화라는 쓰나미가 나를 덮치더라도, 나는 최대한 내 삶을 지켜내기 위해 방주를 만들고 담을 쌓고 튼튼한 집을 만들어야 한다. 공포는 우리를 대비하게 한다. 요즘 들어 내게 닿은 공포가, 나를 준비시킨다는 생각을 하니 걱정도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한없이 나이를 먹었을 때에도, 역시 너는 너구나. 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내가 끝없이 노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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