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끝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마는 것일까
지인과 한강의 책 읽기 스터디를 했었다. 채식주의자를 끝으로 스터디를 마무리했는데, 아무래도 유명한 책답게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의 '채식'과 관련된 생각이다. 이 책의 주제를 아직 무엇으로 할까 정하지 못했는데 (책의 주제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지금으로썬 '모든 인간은 모두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간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책을 읽으며 고민했다. 영혜는 왜 육식을 못 하는 것일까. 채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꿈, 꿈은 분명 뚜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 의미 자체는 모호하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고, 그 꿈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해 보았다. 고기를 먹는다는 건 무언가의 죽음을 먹는다는 것일까. 내가 끝에 닿은 이해는 이랬다. 꿈이 점차 누군가를 죽이는 것으로 바뀌어 가니까. 아마 영혜는 거기에 어렴풋하지만 강렬한 두려움을 느꼈던 것일까, 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야만 하는 것일까.
나무 불꽃에서 영혜는 끝내 나무가 되려고 한다. 언니인 인혜의 시점에서 계속되는 '나무 불꽃'은 어찌보면 나무가 되기 위한 영혜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인혜의 이야기다. 정작 나무로부터 자신이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을 얻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나무가 되기 위해 모든 음식을 거부하는 영혜는 고통의 대상일 것이다. 그렇다. 영혜는 나무가 되어, 모두에게 고통주지 않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 행위가 이루어낼, 길고 긴 고통의 행렬에 무응답하며.
나는 몽고반점을 보며 외설적이라는 느낌을 갖진 않았다. 다만, 동의 없이 진행된 그 모든 상황이 싫다고 생각했다. 침묵은 동의인가 거부인가. 영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행위는 일어났다. 나는 그 행위에 영혜가 '침묵' 한 이유는, 그저 몸의 그 그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꽃은 아무것도 죽이지 못하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까. 그러니 자신이 꽃이 된 그 감각이 좋았을 뿐이라고.
그러나 그 무기력함이 불러온 파국은 무엇일까. 사실 이 파국은 삶에서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에서, 단 하나의 조건만 어긋난다 해도 파국은 벌어질 수 있다고, 책은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저 단 하나의 열망이, 이 모든 파국을 불러올 수 있다고. 그것이 고작 채식주의라는 단순명료한 하나의 행동 방식이었음에도.
나는 윤리와 도덕을 수호하고 싶은 잎장에 서서, 이 책을 비판하고 싶기도 하다. 형부의 행위를 비판하며 잘못된 욕망이 갖는 절망을 역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신, 내가 생각하고 싶은 건 나무다. 정확히는, 나무 불꽃이 무엇일까다. 채식주의자도, 몽고반점도 한 단어였는데 나무 불꽃만 두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이어서 처음부터 고민을 했던 부분이다. 한 나무가 있고, 한 불꽃이 있었을까. 아니면 하나의 단어가 그렇게 쪼개지면서 느껴지는 거리감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 것일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연과 그다지 친하지 않다. 우리는 콘크리트로 된 땅을 밟으며,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에서 24시간 중 16시간을 넘게 보낸다. 자연은 우리에게 그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무 불꽃의 나무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동시에 우리가 잃어버린 나무를 보여준다고도 생각한다. 오랫동안 우리들의 곁을 지키고 있었으나 현대인의 곁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 나무. 그 존재의 불꽃. 우리는 나무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너무 많은 생명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기 어렵다. 다만 작가가 고통 3부작이라는 말을 썼기 때문에, 고통의 측면에서 책을 살펴보려고 노력했다. 책의 모든 주인공은 고통받는다. 그들의 고통은 결국 타인의 고통이 되고, 고통의 연쇄는 끝이 없는 듯 이어진다. 그 고통에서 가장 유일하게 존재하는 온전한 것이 나무라는 사실은 어쩐지 충격적이었다. 아, 인간은 아니구나, 싶은 어쩐지 모를 허망함.
나는 이 책이 어려웠다. 너무 어려워서 지금 내가 쓴 글이 정확히 이해를 하고 쓴 것인지 아니면 두루뭉실한 제멋대로의 생각을 적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해해 주면 좋겠다. 어느 한 사람이 채식주의자를 읽고,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정도로, 채식주의자에 대한 독후감을 끝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