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우리는 왜 차를 마시지 않을까

커피집 만큼이나 많아질 찻집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by Scarlet


차를 공부하다 보면 문득 느껴지는 거리감이 있다. 바로 일상 생활에서의 '차'이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차는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나 멀어져 있다. 커피와 비교해 보면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난다. 커피야 길 가다 흔하게 마주치는 카페의 주 메뉴다. "내 몸에는 카페인이 흐른다"는 말을 농담삼아 하는 현대인들은, 커피를 가장 흔한 기호 음료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놀랍게도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가장 흔한 기호 음료는 차다. 아시아 쪽에서는 커피만큼이나 차가 많이 나고, 커피보다 차를 더 흔하게 마신다.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도 차는 흔하게 마시는 음료이다. 튀르키예의 '차이' 를 생각해보자. (튀르키예는 영국을 제치고 인당 차 소비량이 세계 1위인 국가이다) 인도에서는 우유를 넣고 끓이는 짜이가 우리 나라의 커피만큼이나 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상하리만치 커피가 흔하다. 역사적으로 꽤 오래 전부터 차를 마셨던 나라인데도.


우리나라 차의 역사는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를 따로 잡아보기로 하고, 차가 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까지 인기가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사실 이유야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는 번거롭다(는 인식)이다. 커피는 편리하다. 맥심 한 잔 잔에 타서 마시면 된다. 차는 그것보다 까다롭다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동서의 현미녹차는 우리 나라의 '차' 보편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가 '차'할때 느끼는 수많은 부담감은 우리와 차를 멀리하게 만든다. 어쩐지 뭔가 도구를 갖춰야 할 것 같은 느낌의.... 그런 것.


게다가 차는 비싸기도 하다. 이상한 일이다. 차를 마시는 사람은 적다는데, 우리나라에서 차 한 잔 하기란 꽤나 까다로운 일이다. 커피전문점이나 전문 찻집에 가서 차를 시키면 저렴한 커피보다 두 배의 가격에 양은 커피의 절반쯤 되니, 순수히 돈으로만 따지면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거기다 비싼 값을 들여 홍차를 시켜 봤더니, 달랑하니 티백이 들어간 차가 나올 때의 실망감이란! 알고 있다. 티백도 비싸다.(비싼 티백은 하나에 삼천 원도 넘는다!) 하지만 나는 홍차를 처음 먹었던 당시 티백 빼는 타이밍을 몰라, 너무 우러난 나머지 떫기 그지없는 홍차를 마셨다.... 그 뒤로 한동안 홍차에 대한 내 이미지는 바닥이었다.


이렇게 일상화가 되어있지 않아, 찻집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도 한몫한다. 커피는 그냥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지만 차는? 전통 찻집이라고 검색해서 맛집 리스트를 뽑은 다음 인스타나 블로그에서 2차 검증을 거친 뒤 좋은 곳을 찾아가야만 할 것 같다. 그런 곳에 가면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할 것 같고, 괜히 허리를 펴야 할 것 같다. 실질적 거리감이 마음의 거리감과 동일하게 작용해버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찻집도 그냥 카페처럼 맘 편히 이용하면 되겠지만, 어쩐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모든 것을 갖춰서 설명해보면, 우리는 어려서부터 차를 마시지 않았고 그 습관이 그대로 유지되어 '낯선 것'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는 만큼 차에 대한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차는 특별한 날에 먹는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다. 다반사라는 말 그대로, 차는 그냥 내 일상의 힐링 타임 같은 느낌으로 항상 존재해야 한다. 차는 커피보다 카페인 섭취량도 적고, 커피보다 다양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 그걸 느끼며 오감을 깨워보는 것이다. 그게 차가 주는 최고의 매력이니까.


나는 차를 카멜리아 시넨시스 종으로 한정하고 싶지 않다. 홍차, 녹차만이 차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흔하게 마시는 결명자차, 둥굴레차, 우엉차, 레몬차도 다 차의 종류라고 생각한다. 카페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이니,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커피보다 다양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오늘부터 한 번 다반사로 차를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당장 비싼 차를 사거나 차 우림 도구를 사라는 뜻이 아니다. 차 우림 도구는 머그컵만 있으면 되고, 차는 티백을 사면 된다. 개인적으로 도밍고 차는 달달하고 싸서 좋아한다. 도밍고 꿀홍차 한 티백 사서, 그냥 머그컵에 티백 넣고 끓는 물 부은 뒤 2분(시간은 짧은 게 좋다) 담가서 먹어 보자. 그게 아니라면, 우유에 담가서 이틀 정도 놔뒀다가 먹어도 멋진 밀크티가 된다.


차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차는 아주 작고 소박한 것을 요구한다. 잠깐, 차를 만나는 시간 말이다. 그 차가 비싼 보이차든 직원 휴게실에 널린 현미녹차든 상관이 없다. 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차를 우리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만이라도, 우리는 쉴 수 있다. 한 숨 돌리는 시간을 차와 함께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차는 우리 일상에 와 줄 수 있을 것이다.


카페만큼이나 많은 찻집이 생기기를 바라는, 아주 큰 바람을 갖고 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