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소박한' 욕심이란 존재할까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많은 욕심들은 다 소박한 것일까

by Scarlet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는 편이다. 아껴야 잘 산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 투자도 최소한으로 하고, 보통 적금이나 예금 위주로 돈 관리를 한다. 열심히 돈 관리 관련 공부를 해서 얻은 건 가계부를 써야 한다 정도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중시하는 내게 '돈 관리'는 미니멀과 직접적으로 결부된 무언가였다. 사지 않고 아끼며, 모으는 대신 비우고, 그리고 남는 돈을 어떻게 관리할까에 대한 고민을 남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적금에 전부 넣어두는 쪽으로 결정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행하며 옷을 거의 사지 않았건만, 내 주위에는 옷을 기부해 주려는 사람이 참 많았다. 그래서 옷을 사는 것보다 더 많이 갖게 되었다. 개중 입지 못하는 옷이나 낡은 것들은 빠르게 정리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장이 터져나갈 만큼 많은 옷이 생겼다. 그런데 버리기가 너무 아까웠다. 다 입을 수 있는 옷들이었고, 실제로 입고 있었고, 관리도 잘 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옷 관리를 생각보다 잘 하는 사람이었다. 꽤 많은 옷들이 있었지만 너저분하지 않았고, 매일 입은 옷들을 세탁했으며, 관리할 수 없는 옷들은 빠르게 정리했었다. 그러니 그런 질문만이 남았다.


이 옷을 다 움켜쥐고 싶다는 건 내 욕심일까? 아니면 삶에 필요한 부분일까?


내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에 옷이 너무 많긴 했다. 하지만 이 옷들을 다 가지고 살고 싶었다. 그러고 나니 내겐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이 욕망은 소박한 욕심일까, 거대한 욕망의 일부일까. 나는 이제껏 미니멀 라이프로 단련된 것이 아니라, 미니멀 라이프로 내 욕구를 '눌렀던' 것이 아닐까. 눌려 있던 욕구가 옷으로 폭발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다.


옷에서 시선을 돌리니, 점차적으로 물건들이 늘어가는 것이 보였다. 기존에 꾸준히 정리해왔던 많은 것들이 점차점차 사이즈를 늘려가고 있었다. 그릇, 행주, 양말 같은 아주 사소한 물건들에서부터 시작해서 책 같은 무거운 물건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옷은 그 일부에 불과했다. 그제서야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라고 믿었던 사소하고 소박한 욕심이, 사실 아주 거대하고 깊숙이 숨긴 욕망의 조그만 조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미니멀 라이프가 분명 내게 도움을 준 것도 있다. 나의 살림은 축소되었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빠르게 정리해서 공간 활용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이삿짐이 줄어들어 힘들 일이 줄었고, (나는 업무상 이사를 자주 하는 사람이다) 짐이 줄어드니 신경쓸 일도 줄어들었다. 빈 냉장고를 바라보며 내가 느낀 것은 평안함이었다. 아,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겠구나. 내 물건들이 어지러질 일도 줄었다. 애초에 어질러질 물건이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긴장이 해이해지는 순간을 틈타, 사소한 욕구가 올라온다. 하나 사고 싶어. 갖고 싶어. 가지고 나면 없어질 그 덧없는 욕망들. 나는 '소소한 사치'라고 이름붙이며 그 욕망을 하나씩 이뤄 나갔다. 그렇게 조그만 저울, 소소한 운동 도구들, 공부를 위한 책들을 샀다. 책을 싸고 싶어서 북커버도 샀다. 아니 사실 북커버가 갖고 싶었다. 그냥... 멋져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쓸 일도 없는 물건은 그렇게 쌓여만 갔다.


지금은 다시 천천히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너무 늘어난 물건들을 버리고, 버리고, 버리지만 자책하지는 않는다. 이 모든 경험은 내게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추후 사지 않을 많은 핑계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아도 좋다. 내게 숨겨진 거대한 욕망에 나는 힘없이 흔들린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 거대한 욕망을 어떻게 다스릴지는 내게 큰 숙제로 남아 있다. 그런 숙제를 받아도, 뭐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코앞에 닥친 문제도 아니고, 아직까지 내 삶에 큰 피해를 남기지도 않았으니.


다만 옷을 쓰다듬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 언젠가, 나는 이 옷들을 정리할 것이다. 그 순간이 오면, 정리를 시작할 것이다. 너무 입어 핀 옷들을 버리고, 손이 가지 않는 옷들을 치우게 될 것이다. 나는 내 욕망과 타협하지 않을 그 순간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한 벌 한 벌 정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함을 안다.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저 아름다운 옷들을, 내 소유가 아닌 것으로 만들 준비가.


우리 모두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사소한' 욕망을 잘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소하다고 느낀 그 모든 것이 모여, 거대한 내 욕망을 보여주기도 하니까. 나처럼, '더 멋져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점차 내 물건을 불려나가게 만든 것처럼. 욕망의 뿌리를 찾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결국 그 욕망이 향하는 방향은, 그 뿌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거세해서도, 욕심쟁이라 매도해서도 안 된다. 왜냐면 그 욕망, 그 욕심이 나를 이루는 한 부분이기 때문에.


욕심은 내가 나답게 되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적당히'라는 조종간이 필요하다.

나는 얼마나 '적당히' 내 욕망을 조종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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