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아주 우아하게 우릴 수 있는 방법이예요
차의례 하면 사실 생각나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평범하다. 당신은 정상이다. 왜냐면 우리나라에서는 '차의례'가 그렇게 각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에서는 차노유(茶の湯)라고 해서 차를 마시는 엄격한 격식이 존재한다. 얼마나 격식이 있으면 오테마에(お点前)라고 하는 '남에게 보여주는 차도'와 차카이(茶会)라고 하는 '소규모의 사람이 사적으로 모이는 차도'가 따로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그런 건 따로 없다. 많이 모이면 많이 모이는 대로, 적게 모이면 적게 모이는 대로, 혼자면 혼자인대로 즐기는 게 차다. 엄격하지 않으니 자유롭게 내 취향대로 차를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것 때문인지,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인 차의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은 몇백 년 전부터 고집스럽게 제 나라의 차의례를 형식화하여 지켜왔다. 한국은 그런 국민성을 갖고 있진 않은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차를 우리만의 스타일로 변화시켜, 각자 취향껏 차의례를 발전시켰다. 지금에 오면 정말 다양해서, 마치 차례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지역별로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이 다른 것처럼, 사람별로 자신만의 새로운 차의례가 생겨났다.
나는 이제껏 차를 마시는 데 굳이 불편하게 의례가 필요한지 고민했었다. 차는 자유롭다. 누구나 마실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의례가 붙으면, 불편해진다. 괜히 각 잡고 시작해야 할 것 같고, 준비물이 필요할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차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차의례는 좀 더 격식있게 진행된다. 차를 즐기다못해 푹 빠져보고 싶은 사람이 탐구하기에 딱 좋은 주제라는 뜻이다.
나는 이런저런 차도 마셔보고, 차 맛의 차이와 차의 역사도 연구했으니 이제 남은 건 더 깊은 차의 세계로 빠지는 것 밖에 없었다. 더 깊은 세계란 무엇일까. 처음엔 차 관련 책을 더 열심히 읽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차 관련 책은 기본서가 주를 이루었다. 비슷한 내용이 자주 나왔고, 나는 좀 더 깊은 세계를 받아들여 보기를 원했다. 그 때, 교수님께서 가르쳐준 것이 차의례이다.
자신의 차의례를 가르쳐 주시며 '너희만의 차의례를 만들어라'고 말씀하신 교수님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교수님의 차의례는 엄격했지만, 강하고 힘이 있었다. 복잡하지 않고, 깔끔했다. 나도 몇 번 정도 해보니 금방 감을 잡았을 정도다. 이렇게 덜렁거리고 대충하는 나도 할 수 있는 차의례라니, 거기다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감동시켰다. 사소한 행동들도 교수님이 하면 빛이 났다. 아마 행동에서 묻어나는 절제된 동작 덕분일 것이다.
다행히 내게는 차의례를 위한 모든 도구가 다 갖춰져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교수님께 잘 보이기 위해 매일 아침마다 차를 우렸다. 하지만 차의례를 하면 할수록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차를 내리는 '아름다운'과정이 아니었다. 마음을 다스리고 정신을 집중하며, 차분하고 경건하게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차를 우리며 하는 모든 행동이 어수선해지지 않고 차분해질수록, 점차 차를 우리는 그 시간 사이에서 나를 찾게 되었다. 차가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우러나는 느낌.
물론 평범하게 개완이나 차도구 다른 것을 써서, 뜨거운 물을 붓는 것만으로도 차는 우러난다. 하지만 그 과정에 의례가 개입하면, 나는 나도 모르게 차분한 몸과 마음을 하고 차를 들여다보게 된다. 바르게 앉아 찻잔의 차를 바라보며, 지금 내 존재를 깨닫는 것. 차우림의 과정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데 목표를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마치 거울 앞에 서서 옷과 몸가짐을 정돈하듯, 나의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이 차의례의 시간인 것이다.
차의례는 어렵지 않다. 나는 복잡하고 어려운 차의례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하지만 당장 누군가가 차의례를 한다고 하면, 가장 쉽고 간단한 것을 배워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점차 더 섬세한 것으로 나아가면 좋지 않을까. 물론 차의례가 유튜브에서 찾기 어려운 것을 감안하자면, 이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 같다. 실제로 찻집에 가서, 차의례를 배우는 건 꽤 어려운 일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차도에 대한 낭만을 갖고, 계속 배워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