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차에 관해 좀 더 써볼까 해요

차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아서 견딜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

by Scarlet

나는 차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이다. 나는 다만 티백 몇 개 우려 마시는 걸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인연이 닿아 잎차를 마시게 되고, 차도구를 갖게 되고,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서 내 삶은 많이 바뀌었다. 아니, 사실 내 삶이 엄청나게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꾸준히 흥미를 갖고 바라보는 부분이 생겼을 따름이다. 나는 매일 아침 차를 우리고 차를 마시며, 집에 있는 차도구를 이래저래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해도 내 우울증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ADHD가 갑자기 낫진 않는다. 그냥 차를 좀 더 많이 마시고, 많이 말하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다.

차를 공부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늘어났다. 무슨 차를 마시면 좋을까, 에서부터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까, 무슨 차도구를 사면 좋을까까지. 이런저런 차도구를 직접 써보며 이건 불편하다거나 이건 편하다거나 하는 평가를 내리는 것도 재미있다. 신기한 일이다. 나의 '덕질'은 언제나 빠르게 타올랐고 빠르게 식어 버렸는데, 차에 대한 관심은 타오르는 듯 아닌 듯하여 오히려 꺼지지를 않는 것 같다. 잔불이 무섭다더니 그게 취향에도 적용이 되는가 보다.


그래서 초보자를 위한 차 관련 글을 좀 써볼까 한다. 물론 나도 초보다. 내가 차를 공부한다고 해서, 차 브랜드를 달달 외우고 차맛을 전부 외우고 역사를 눈 감고도 읊을 수 있는 수준인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차 브랜드가 헷갈리고 (루피시아 정도만 안다) 차맛은 여전히 모르겠으며 (어제 마신 차 맛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차 역사는 육우 정도나 외운 수준이다. (이쯤 되면 책을 눈으로 본 건 아닌 듯하다) 차 전문가라고 말하기엔 스스로가 굉장히 한심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안다.


다만 내가 차 초보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들이 있다. 차 책 관련 소개라던가, 혹은 차도구 관련 소개라던가 하는 것. 이 생각은 갑작스럽게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최근에 나는 다관을 하나 깨버렸다. 정확히는 언제부터 깨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깨진 부분을 발견했다. 별로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새 다관을 사려고 열심히 검색을 하려는 순간 깨달았다. 아 저 다관의 이름을 모른다.

책에서 읽어 아는 내용으로 저 친구는 횡파형 다관이다. 근데 횡파형 다관으로 치면 아무것도 안 나온다. 어느 책에서는 큐슈형 다관이라고 했다. 그렇게 검색해도 나오질 않는다. 다른 책에선 저런 다관을 큐스라고 부른다. 당연히 검색이 안 되었다. 전통 다관 세트나 다기 세트로 검색하니 이것저것 나오긴 한다. 다만 내가 찾는 저 다관'만'은 도통 나오질 않았다. 백자 다관으로 겨우겨우 찾긴 했는데, 이건 내가 이 다관이 꼭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이 아니면 일찌감치 때려치웠을지도 모른다.


생활 곳곳에 차에 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이런 장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왜 차를 어려워하는가. 우리는 왜 차 대신 커피를 마시는가. 우리는 왜 다관 하나를 사는 데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가. 차 기본서는 많은데 내가 원하는 기본서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차는 얼마나 다양하게 마실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가득해서, 글로 남겨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전에 돈 관리 이야기를 적은 것처럼 차 관련 이야기를 죽 적어볼까 한다.


혹시 이런저런 주제가 생각난다면 누구나 댓글로 알려줘도 좋다. 내가 생각하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공부하면서 생각나는 부분도 이래저래 덧붙여질 예정이다. 머릿속에 가득 찬 내용들을 글로 적으려고 하니 재미있다. 나중에 이런 내용으로 차 기본서도 한번 적어보고 싶다. 꽤 재미있는 내용이 될 것 같다. 정말 차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차 기본서, 어떨까.


모두가 차를 마실 어느 날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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