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글쓰기를 생각하다

어째서 글을 쓰지 못할까에 대한 고민

by Scarlet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도 차에 관한 글이었다. 나는 차 공부를 하는 사람이었고, 쓸 것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뭐든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차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 전문가는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차를 많이 마셔본 것도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의 나는 글을 쓰기에는 뭔가 모자랐다. 차의 맛을 평가하자니 '맛있다' 이상의 평가가 안 나왔고, 차의 역사를 적으려니 '그러니까... 신농이 발견했다는 기록이 있다.' 밖에 나오질 않았다. 스스로가 한심했고, 한심해서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차에 대해 억지로 글을 적으려고 하지 않을 때에는 글이 이것저것 나왔는데, 정작 주제를 한정시키니 글이 나오질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매주 한 편씩 '에세이'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심은 일 년 뒤에 벽에 부딪쳤다. 대체 뭘 써야 하지? 그게 그 때 나의 최고의 고민이었다. 쓸 건 많아 보였지만 정작 뭘 써야 할 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올해 계획을 정했다. 그래, 주제를 정하자. 책과, 영화와, 차와, 그리고 에세이를 쓰자. 나의 계획은 꽤 그럴듯해 보였다. 대학원을 다니며 한껏 차에 대한 콧대가 높아지기 전까진 그랬다.


나는 그 때, 차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차의 역사도 공부하고 차를 내리는 기물들도 많이 갖고 있었으니까. 뭐든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정 안 되면 차의 맛에 대해서 쓰자고도 생각했다. 오만이었다. 나는 차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뭘 쓰지? 역사를 써야 하나? 차 기본서에 대해 써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내가 마시는 차에 대해 써야 하나? 뭐든 쓸 거리가 없어 보였다. 뭐든 내가 제대로 아는 건 없었다. 그게 나를 굉장히 슬프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갑작스럽게 침투한 여름의 폭염주의보와 우울은 그렇게 내 글쓰기를 중단시켰다. 나는 두 주간 고민했다. 나는 무엇을 쓸 수 있을까.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아직 무언가를 전문적으로 쓸 만한 지식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함을.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없었다. 내가 뭔가를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벗어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완벽이라는 벽에 다시 갇혀버릴 지도 몰랐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쓸 때, 항상 가벼운 마음으로 써왔다. 그건 이 글이 에세이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내 글은, 완벽하지 않아도 쓸 수 있었다. 순수하게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글은 완성되었다. 그렇기에 글쓰기를 좀 쉽게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에세이와 달리, 내가 생각한 '지식을 나누는 글'은 좀더 전문적인 지식이 쌓인 뒤에야 제대로 적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차 관련 책을 읽고, 아침저녁으로 차를 마시지만 이제는 좀 더 공부에 집중을 해볼까 한다. 그리하여 언젠가 내가 당당히 차인으로써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의 나는 너무나 뽀짝한 초보일 뿐이라, 함부로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내 생각을,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짧은 지식을 간단히 전달하는 것에 만족해야겠다. 지금은 그렇다. 내가 좀 더 나아질수록, 나는 더 많은 것들을 글 속에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나아가기 위해, 이 더운 여름에도 좀 더 건강히 지내야겠다. 책을 더 읽고, 논문을 찾아보려 한다. 영화도 좀 더 다양하게 볼 예정이다. 요즘 핫한 것들도 더 봐야겠다. 나의 시선으로, 나의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글을 쓰는 건 나를 좀 더 성장시켜 줄 것이다. 이 글처럼.


그렇다, 나는 부족한 인간이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지금 나 자신에게서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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