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퍼펙트 데이즈

이렇게 잔잔하고 조용한, 어느 날들에 대한 이야기

by Scarlet

나는 시끄럽고 화려한 영화를 좋아한다. 섹스 앤 더 시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클루리스 같은 것. 하지만 동시에 잔잔하고 조용한 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리틀 포레스트나 카모메 식당 같은, 일본 영화의 그 잔잔함을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 보는 최근의 영화는 보통 잔잔한 일본 영화다. 그리고 그런 나의 취향에 잡힌 하나의 영화, 바로 오늘 소개할 '퍼펙트 데이즈'다.


이 영화를 분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이 영화는 줄거리가 없는 것도 같다. 도쿄의 공공화장실 청소부인 '히라야마'의 일상을 마치 그 옛날의 디지털 카메라로 바라보듯 4:3화면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다. 하지만 히라야마의 일상은 충만하다. 그는 출퇴근길에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점심을 먹으며 필름 카메라로 공원의 나무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히라야마는 말이 없다. 그저 그의 삶을 조용히 화면 너머로 보여줄 뿐이다. 어찌보면 거리감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가 우리의 삶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 것처럼 그 또한 그의 삶을 설명하지 않을 뿐이다. 그는 그저 살아간다. 삶을.


우스운 이야기지만, 나는 히라야마에게 가볍게 공감했다. 최근에 내가 카세트테이프에 열광한 탓이다. 카세트의 그 낮은 음질과, 달각거리는 소리가 그리웠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플레이되는 그 손맛이 그리웠다. 히라야마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카세트테이프는 그래서 내게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책은 꽤 신선했다. 나는 히라야마가 열심히 책을 읽는 부분에 조금 감동해서, 어느 날은 저녁에 자기 전 책을 열심히 읽어 보기도 했다. 지금도 이따금 저녁에 책을 읽는다. 그 시간은 꽤나 감동적이다.


히라야마의 일상은 일상인 듯 일상이 아니다. 그의 일상에는 언제나 비일상이 끼어든다. 그것은 자신이 채 몇 번 보지도 못한 조카의 가출로 인해 방을 내어준 것이라거나, 화장실 틈바구니에 끼워진 빙고 게임 같은 것에서부터 늘 함께하던 동료의 부재, 단골 술집 여주인의 전남편과의 만남 같은 것. 그의 일상은 단조로워 보이지만, 그 단조로운 삶은 항상 무언가에 가로막힌다. 그러나 그 비일상마저도 일상이다. 그는 여전히 자고 일어나 같은 삶을 반복한다. 같은 캔커피, 같은 청소 습관, 같은 독서 후 취침.


그의 비일상에도 일상이 굳건히 지켜질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의 삶은 강박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완성된 예술품에 가깝다. 마치 매일의 삶의 조각을 맞추어서 완성되는 직소 퍼즐처럼. 무슨 색을 덧바르든 그 퍼즐은 늘 완성되고, 우리는 매일 같지만 다른 느낌의 그림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몽환적인 꿈과 사진처럼 색이 없더라도 괜찮다. 그는 마치 수묵화처럼 그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신기한 일이다. 평범한 삶 하나가, 그렇게 아름다워진다는 것은.


하지만 달리 보면 우리의 삶도 멀리서 찍으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까. 우리의 삶에 카세트테이프와, 필름 카메라와, 독서가 없더라도 말이다. 히라야마는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런 것처럼, 우리가 우리의 삶을 멋지게 살아낸다면 그것이야말로 퍼펙트 데이가 되지 않을까. 그 매일이 쌓여 퍼펙트 데이즈가 될 테다. 내가 스마트폰을 들고 넷플릭스를 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설거지할 때 쓰는 앞치마와 가끔 한 캔씩 따는 맥주와 매일 아침 마시는 발포 비타민이 일상을 멋드러지게 가득 꾸며줄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퍼펙트 데이를 생각해야 한다고, 영화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의 퍼펙트 데이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나는 그 퍼펙트 데이를 매일 이뤄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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