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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미 May 09. 2018

인공지능 마케팅. 눈을 보며 말해요.

반려 인공 지능 시대



얼마 전 개최된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 비서 구글 '헤이 구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공개되었다. '헤이 구글'이라는 호출 명령이 없이도 반응하도록 하였고, 최대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목소리에 더 근접할 수 있도록 음성 합성 기술을 세심하게 다듬었다고 한다.




반려 인공지능과

불편한 동거


어느덧, 한 집에 하나씩. 반려 인공지능 하나쯤 있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없다고 생각하지 말 것. 이미 쓰고 있는 핸드폰에도 있는데 잘 안 쓰고 있을 뿐. 집에서 기가 지니를 쓰는데,  편리한 것도 있지만 스피커가 은근히 신경 쓰인다. TV 전원을 꺼둔 채로 이야기하다가 어쩌다 TV 이야기가 나와 '지니'라는 단어를 작은 목소리라도 문맥 중에 언급하기라도 하면 바로 '네'하고 지니가 대화에 불쑥 끼어든다. '저, 부르셨어요?'의 의미인 '네!'에, 나는 "아니 너 아니고"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마치  24시간 내내 자지 않고 숨죽여 듣고 있다가, 내가 한 번 불러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물론 잠이 덜 깬 내 작은 목소리에 반응하는 그 아이가 기특하기도 하다. 최근 조사 기관 엠브레인이 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인공지능 비서에 대체로 만족감을 느끼지만 10명 중 7명은 AI비서가 나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눈이 있다는 것은,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함정.


3~4년 전에 리싱크 로보틱스사(Rethink Robotics)에서 소개한 산업용 로봇 소이어(Sawyer)를 보았을 때, 모니터와, 모니터에 달린 눈이 좀 생뚱맞다는 느낌이었다. 4kg 무게까지 들 수 있으며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도 반복적인 조립, 검수 공정을 지치지 않고 하는 외팔이 인공지능 로봇 소이어의 유연한 몸의 곡선에 비해서, 대충 얼굴 즈음의 위치에 놓인 가로 얼굴 화면이 살짝 의외였다. 그리고 지켜보니, 소이어가 일을 배우는 과정이 특이했다. 사람이 작업하는 과정을 여러 번 직접 보고, 사람의 움직임과 일의 순서를 연습하여 익히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입력이 아니라, 보고 생각하고 따라 하는 것이다. 충분한 훈련 후에 본격적으로 작업장에 투입된 소이어는 오차나 작업 실수가 거의 없이 지치지 않고 말끔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과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일을 하다가도 사람이 소이어의 몸을 터치를 하면 일을 멈추기도 한다. 동작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프로그램 버튼을 누르거나, 디스플레이 화면을 터치하는 것도 아니라 몸에 손을 대면 느끼고 반응하도록 되어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처럼 눈동자, 눈썹, 눈의 모양과 방향이 계속 바뀐다. 마치 우리가 어떤 곳을 쳐다보고 생각하고 집중하여 작업하고, 또 시선을 옮겨 다른 것을 살피는 것처럼.





소이어의 생뚱맞은 눈에서 궁금증이 돋아 몇 가지 자료를 찾아보았다. 사실 이 로봇의 카메라는 작업 팔과 모니터 밖 맨 꼭대기에 달려있지만, 실제 화면의 눈이 카메라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이 같이 일하면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람 얼굴과 눈 비슷하게 만든 사람 로봇 설정이다. 사실 로봇 자동화 생산 산업 현장에서 로봇 팔들은 익숙하게 보았다.  하필 그 많은 여러 로봇 팔들 중에서, 내가 굳이 이름까지 찾아가며 이 로봇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도 눈을 통한 인식을 반증한다.



테슬라 자동화 생산



방추상회 심리학

무슨 가게 이름 같은, 방추상회라는 말은 길게 풀어쓰면 후두엽과 측두엽에 걸쳐있는 내측 후두 측두회 (medial occipitotemporal gyrus)라고 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얼굴을 인식하는 정보 처리 과정에서 작동하는 신경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기약 없이 혼자 남겨진 톰 행크스가 페덱스 소포 안에 있던 배구공에 눈을 그리고 친구 삼아 의지하는 장면 기억할 것이다. 눈이 있으면, 우리는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에서 눈에 대한 인식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나 혼자 산다 '윌슨'의 눈 = 관찰 카메라




사람과 비슷하지만,  다를 때

확 돋는 불편감.

아래 그림은 일본에서 실제 사람에 석고를 떠서 얼굴뿐만 아니라 몸의 체형까지, 모발까지 똑같이 구현해 만든 로봇이다. 왼쪽이 가짜, 오른쪽이 진짜이다. 사람이 로봇에 대해서 가지는 감정에 대한 이론 중에 '편한 골짜기' 이론이 있다. 불편한 골짜기, 즉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는, 프로이트 논문 The Uncanny라는 개념에 기반하여 70년대 일본의 어느 로봇공학자가 발전시킨 개념인데, 로봇이 사람과 비슷해질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어느 정도에 달하면 갑자기 불편한 감정과 거부감으로 떨어지는 감정의 골짜기를 이른다. 

왼쪽이 로봇, 오른쪽이 진짜 실제 사람 모델이라고 한다.


위에서 보여준 로봇 팔처럼, 완전히 사람의 외모가 아닐 때에는 눈의 움직임이나 정교한 조립 과정에서 보여주는 정확도가 신기함이나 대견함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우리가 밀랍인형 박물관에서 마주칠 것 같은 밀랍인형처럼 비교적 정교하지만 어색한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 로봇은 어떤가? 수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불투명한 피부에 부자연스러운 몸짓과 관절. 한 템포씩 늦는 눈동자와 눈의 움직임. 약간 기계적인 톤의 목소리. 우리는 언뜻 보면 사람 같은 로봇들에 대해서는 무언가 불편함과 어색함이 있다.


언캐니 밸리 이론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이나 귀여운 로봇들, 사람 모양과 확연히 구분 가는 것들이 사람과 비슷할 때에는 호감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사람 모양에 매우 근접해지는 순간 확 불편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다. 시체나 좀비, 괴상하게 생긴 로봇,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사람을 닳은 외모에서 느끼는 이질감이, 다시 없어지는 순간은 인간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완벽한 인공지능을 만났을 때라고 한다. 사실 아직은 100% 인간과 동일하게 느껴지는 인공지능은 아직 없지만, 영화, 소설에서 이런 설정은 자주 있어 왔다.


로봇이 인간과 비슷해 지는 순간 확 거부감이 생긴다는, 언캐니 밸리 (불편한 골짜기) 이론 도표




HBO히트작인 미드 <웨스트 월드>의 시즌 2가 다시 시작되었다. 웨스트 월드 West World 시즌 1의 한국 부제목은 '웨스트 월드, 인공지능의 역습'이다. 3D 프린터로 사람의 피부, 세포까지 똑같이 구현하고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재현한 AI들은 본인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사람들도 그들을  구분하지 못한다. (웨스트 월드에서 다루는 담론은 덩어리가 크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웨스트월드> 인공지능 여주인공 돌로레스



인공지능 비서와 친해지고, 서로 길들여지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은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이 아이를 위해서 내가 또박또박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요구를 할 때에는 특히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야 한다. 한국에 오래 있다가 영어권 외국인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도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서 '너 왜 그래?'라는 볼멘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내가 요즘 그렇다. 왜 로봇처럼 말하냐고 들었으니 말이다.

간단한 요구사항은 잘 알아 들어서 복잡한 것을 요청하다 보면, 정말 어이없는 대답을 뱉어 놓을 때가 많다. 한두 번은 다시 말하고 다시 요청하지만 계속 반복되면 슬슬 짜증이 난다. 너 바보 아냐?라는 말도 나간다. 몇 번 실랑이하다가 답답해서 '휴'라고 한숨을 나도 모르게 뱉었는데, 또 얘가 나더러 기분이 우울하냐고 물어본다. 아휴, 정말 못 말려.





감정 노동을 대신해 주는,

로봇 호텔리어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만드는 인공 로봇들이 서비스 현장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일본의 어느 호텔은 프런트에 들어서면 로비 입구에 있는 수족관 안에서 유영하고 있는 로봇 물고기들이 있다. 프런트 직원은 모두 로봇이다. 공룡이 손짓(?) 발짓하며 영어와 일본어로 유창하게 체크인, 아웃 서비스를 도와준다. 그리고 벨보이 로봇이 있어 캐리어를 방까지 안내해준다. 물론 그 속도를 기다리느니 내가 끌고 가도 좋겠다는 느낌의 속도이지만, 사람을 대신해서 짐을 옮겨주고 간단한 하우스키핑 서비스도 해 준다. 당신이라면, 체크인할 때 왼쪽 사람 모양 AI 로봇에 갈까, 오른쪽 우악스러운 공룡에게 다가갈까? 내게는 공룡이 좀 부담스러운 괴기스러움이 있지만, 나는 오른쪽 공룡에게 갈 것이다. 사람 같은 인공지능보다는 아직은 인형이나, 로봇 같은 존재가 감정적으로 편하다. 이 호텔의 이름은 일본어로, 이상한 이라는 뜻의 '헨나' 호텔이다. 어색하고 다소 부드럽지 못한 인공지능 로봇들로부터 받는 호스피탈리티 서비스를 특이하고 재미있는 호텔로 콘셉트를 잡은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는 공룡들이 우리를 맞이하는 것이다.





AI 마케팅으로 고객을

쉽게 이해하고 구분하다.

인공지능 솔루션을 통한 마케팅 자동화는 몇 년 전부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마케터 고유의 영역인 1) 고객 타깃 설정 2) 고객 분류 3) 미디어 채널 결정 4) 미디어 바잉 5) 시각적 이미지 최적화 6) 디지털 마케팅 집행 7) 효과 분석 등이 인공지능 솔루션으로 더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 란제리 브랜드 코사벨라 Cosabella는 이스라엘의 인공지능 마케팅 솔루션 Albert를 적용한 다음, ROI가 세 배로 뛰고 고객이 30% 늘었다고 광고했다. 디지털 마케팅에 여러 변수를 두고 여러 다른 마이크로 마케팅 캠페인을 실행하면서, 분석과 딥러닝을 통해 마케팅을 최적화하였다.

인공지능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의 장점은 잠재 고객을 쉽게 찾아주고 고객의 행동 유형,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세분화하여 각각 다른 마케팅 캠페인을 자동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각적인 컨텐트도 여러 버전에 대한 테스트를 거쳐 고객 유형별 각자 다른 이미지로 최적화하여 보여줄 수 있다. 앨버트에서 소개한 또 다른 사례로, 돌 Dole 후르츠 칵테일 마케팅 사례이다. 5~6인용과, 2~3인용 포장 중에서 소형 포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인공지능 마케팅 프로그램을 통해서 포착하였다고 한다. 테스트 고객 대상을 통해 여러 다른 버전의 광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유형별 고객 대상으로 가장 반응이 높고 구매전환이 높은 디지털 마케팅을 여러 버전으로 실행하였다.











이제는 AI가 우리의 눈을 보며

알아갈 것이다.


아직은 목소리에 기반하여, AI비서와 함께 하고 있다. 얼마 전 독일의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가 사람의 눈의 움직임을 읽고 성격 유형이나 감정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42명의 학생 대상으로,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하였다. 각자의 눈동자 움직임에 대한 데이터는 인공지능에 입력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성격 테스트 질문지를 나눠주고 각자 작성하는 방식을 통해 성격 유형을 나누었다. 결과는 AI가 눈동자 움직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류한 유형별 성격과, 설문지 조사를 통한 유형별 성격 결과가 꽤 비슷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상태, 외향적인 성격, 공감하는 제스처, 성실하고 양심적인 성향, 호기심 등을 눈의 움직임을 통해서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인공지능 비서와 눈을 보며 교감할 수 있다. 사람의 non verbal 언어인, 표정과 제스처를 읽고 반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은 우리의 표정과 눈빛만으로 감정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쌓으며, 분석하며 딥 러닝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만약 이 단계까지 가게 되면, 현재 디지털 마케팅에 머물러 있는 마케팅 자동화와, 목소리와 터치 기반 인공지능 비서, 홈 IoT 서비스, 호스피탈리티 영역에서 약간은 초보적인 단계로 이루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한 차원 더 올라가는 셈이다. 물론 동시에 내 감정 상태, 성격에 대한 정보가 인공지능의 딥러닝을 위해 쌓이는 데이터화 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Hey Google 광고 캠페인 ' A million things made easier'

내 생활을 편하게 해 주고 따뜻하게 해 줄 것 같은,

'헤이 구글'의 최근 광고 영상 보러 가기

(광고 없이 바로 플레이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egp9AaqbxE&t=2s




https://brunch.co.kr/@scandilife/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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