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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지'를 받았던걸까? (스포有)

웹툰 '지옥' 관람 후기

by 스칼랫

넷플릭스는 물론 현재는 그 어떤 OTT에도 계정하나 없는 나지만, 며칠 전 우연히 넷플릭스의 '지옥'이 '오징어게임'에 이어 넷플릭스의 탑랭크를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때 '지옥'의 줄거리에 대해 간략하게 볼 수 있었고, '고지'의 의미가 무엇일지 짧은 줄거리만 들었음에도 미치도록 궁금했다.


다음날 밤 쯤, 잠이 잘 오지 않았아서 웹툰이나 볼까 하다가 '지옥'이 웹툰 원작이었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나 정주행을 했다. 결말 부분에서는 또 울어버렸는데, 내 이야기 같은 구석이 있어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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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진리회 1대 의장인 정진수(극 중 유아인 분)는 알고 있었다. 실은 '고지'라는 게, 죄를 짓지 않아도 찾아오는, '규칙 따위 없는 일'이라는 것. 그런데 그 고지 아래서 20년 간을 살아야하는 공포 때문에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애를 써왔다. 그러나 그 '노력'의 끝에 '아무 이유 없음' 이라는 부조리함에 맞닥뜨려야했다. 사람들은 그 부조리함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할테니까. 그런데 정말 모든 결과에 원인이 있나?


내가 15살일 무렵, 나는 정체불명의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어느날 갑자기였다. 정말로 갑작스러웠다. 그것 때문에 이 브런치의 '누구나 지병하나쯤은 있잖아요'라는 매거진이 탄생했다. 수많은 의사와 약사를 찾아다녔고, 정말 많은 약을 먹었다. 10년 정도 흐르는 긴 시간 동안, 병원에서는 '정상이고 원인은 없어요. 스트레스 때문이니 쉬세요' 말고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 어리던 날의 나는 매일 눈물로 기도를 하면서 '제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이렇게 아파야해요?'를 수도 없이 묻곤 했다. 신은 답이 없었다.

2021112400101_0.jpg 드라마화 된 웹툰 '지옥'

내가 너무 공부잘하고 싶다고 욕심을 부렸나? 내가 친구들을 너무 무시했나? 엄마 말을 안들었나?? 어른들이 하는 일에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해서 그래? 대체 내가 뭘 잘못한거지? 왜 나는 이런 '벌'을 받는걸까?


그리스신화에는 시지프스 신화가 있다. 스무살도 되기 전 어렸던 나는, '시지프스는 신에게 대적하는 죄를 지었고, 그리고 그는 나이가 많았잖아. 그런데 나는 왜...?' 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했었다.


웹툰 '지옥'에 나오는 '고지를 받은 인간들'의 행태는 내 어린 날의 모습과 비슷했다. 고지를 받은 남자의 딸이 티비에 나와 '우리 아버지는 지옥에 가야 마땅한 죄인입니다'라고 울며 고해성사를 하고, 고지를 받은 자들은 자신의 있는 죄 없는 죄를 털어 속죄를 했다.


내가 이 드라마의 후반부가 궁금했던 이유는, 아마 내가 어릴 적 찾아 헤매던 '나의 죄'가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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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 소도의 공교수는 태어난지 하루만에 고지를 받은 아기의 아버지였던 배영재에게 '당신의 아이는 죄가 없습니다, 고지는 자연재해에 가깝습니다'라고 말한다. 고지와 죄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던 것이다. 의미부여를 했던 건 그저 인간일 뿐이었다.


문득, 나 조차도 아직도 그 답을 찾아 헤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내가 아팠던 것에 대해 '그냥 운이 조금 나빴을 뿐이야'라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잘 극복해냈고 이제 아프지 않으니 괜찮아. 어쩌면 운이 더 좋았던 것일 수도 있어'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해석이 다르다면, 혹시라도 '운이 나빴다' 이외의 다른 해석이 있다면 그게 그렇게 알고 싶었나보다.


그저 운이 나빠 고지를 받았던 아기는 처음으로 그 아이의 부모가 사자로부터 자신을 지켜 살아남게 된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운이 좋은 아이일까, 나쁜아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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