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칼랫 Nov 29. 2021

나도 '고지'를 받았던걸까? (스포有)

웹툰 '지옥' 관람 후기

넷플릭스는 물론 현재는 그 어떤 OTT에도 계정하나 없는 나지만, 며칠 전 우연히 넷플릭스의 '지옥'이 '오징어게임'에 이어 넷플릭스의 탑랭크를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때 '지옥'의 줄거리에 대해 간략하게 볼 수 있었고, '고지'의 의미가 무엇일지 짧은 줄거리만 들었음에도 미치도록 궁금했다.


다음날 밤 쯤, 잠이 잘 오지 않았아서 웹툰이나 볼까 하다가 '지옥'이 웹툰 원작이었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나 정주행을 했다. 결말 부분에서는 또 울어버렸는데, 내 이야기 같은 구석이 있어서 그랬다.

새진리회 1대 의장인 정진수(극 중 유아인 분)는 알고 있었다. 실은 '고지'라는 게, 죄를 짓지 않아도 찾아오는, '규칙 따위 없는 일'이라는 것. 그런데 그 고지 아래서 20년 간을 살아야하는 공포 때문에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애를 써왔다. 그러나 그 '노력'의 끝에 '아무 이유 없음' 이라는 부조리함에 맞닥뜨려야했다. 사람들은 그 부조리함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할테니까. 그런데 정말 모든 결과에 원인이 있나?


내가 15살일 무렵, 나는 정체불명의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어느날 갑자기였다. 정말로 갑작스러웠다. 그것 때문에 이 브런치의 '누구나 지병하나쯤은 있잖아요'라는 매거진이 탄생했다. 수많은 의사와 약사를 찾아다녔고, 정말 많은 약을 먹었다. 10년 정도 흐르는 긴 시간 동안, 병원에서는 '정상이고 원인은 없어요. 스트레스 때문이니 쉬세요' 말고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 어리던 날의 나는 매일 눈물로 기도를 하면서 '제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이렇게 아파야해요?'를 수도 없이 묻곤 했다. 신은 답이 없었다.

드라마화 된 웹툰 '지옥'

내가 너무 공부잘하고 싶다고 욕심을 부렸나? 내가 친구들을 너무 무시했나? 엄마 말을 안들었나?? 어른들이 하는 일에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해서 그래? 대체 내가 뭘 잘못한거지? 왜 나는 이런 '벌'을 받는걸까?


그리스신화에는 시지프스 신화가 있다. 스무살도 되기 전 어렸던 나는, '시지프스는 신에게 대적하는 죄를 지었고, 그리고 그는 나이가 많았잖아. 그런데 나는 왜...?' 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했었다.


웹툰 '지옥'에 나오는 '고지를 받은 인간들'의 행태는 내 어린 날의 모습과 비슷했다. 고지를 받은 남자의 딸이 티비에 나와 '우리 아버지는 지옥에 가야 마땅한 죄인입니다'라고 울며 고해성사를 하고, 고지를 받은 자들은 자신의 있는 죄 없는 죄를 털어 속죄를 했다. 


내가 이 드라마의 후반부가 궁금했던 이유는, 아마 내가 어릴 적 찾아 헤매던 '나의 죄'가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후반부, 소도의 공교수는 태어난지 하루만에 고지를 받은 아기의 아버지였던 배영재에게 '당신의 아이는 죄가 없습니다, 고지는 자연재해에 가깝습니다'라고 말한다. 고지와 죄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던 것이다. 의미부여를 했던 건 그저 인간일 뿐이었다.


문득, 나 조차도 아직도 그 답을 찾아 헤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내가 아팠던 것에 대해 '그냥 운이 조금 나빴을 뿐이야'라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잘 극복해냈고 이제 아프지 않으니 괜찮아. 어쩌면 운이 더 좋았던 것일 수도 있어'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해석이 다르다면, 혹시라도 '운이 나빴다' 이외의 다른 해석이 있다면 그게 그렇게 알고 싶었나보다.


그저 운이 나빠 고지를 받았던 아기는 처음으로 그 아이의 부모가 사자로부터 자신을 지켜 살아남게 된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운이 좋은 아이일까, 나쁜아이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그릿'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