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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랫 Sep 26. 2020

누구나 지병 하나쯤은 있잖아요

20대 자가면역 질환자의 이야기

2018년 연말부터 발레를 보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병행했다. 그런데 2020년 초부터 코로나 시대가 갑자기 도래해버렸고, 그 때문에 정말 많은 공연들이 미뤄지거나 취소됐다.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다양한 감상과 인사이트가 떠올라 그 내용을 기고하겠다며 브런치까지 오게 되었는데, 공연들을 볼 수 없게 되어버려서 글을 쓸 수 있는 소재거리들이 줄어버렸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내 얘기를 써보자는 생각을 했다.


올해의 광복절 보수단체 집회 이후, 조금 잠잠해졌던 코로나가 다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했던 그때, 나의 건강상태도 매우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니라 사실 나는 10대 중반 무렵부터 자가면역질환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돈을 벌게 되면서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찾아본 정보와 공부했던 내용들로 전문가들을 찾아다니고 약을 찾아먹으면서 증상을 관리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해 보인다. 그렇지만 피로가 제 때 풀리지 않거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겹치거나 할 경우에는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서 그게 몇 달, 혹은 1-2년 길게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출처: https://m.blog.naver.com/cheha333 (삼대국민한의원 포스트)

사실 누구나 지병 하나쯤은 있다. 나는 섬유근육통(나중에 뭔지 다 설명하겠다)으로 학창 시절 내내 괴로워했지만, 생각해보면 주변에 대체로 비염, 천식, 축농증, 아토피, 알레르기, 과민성 대장증후군, 두통, 위염 등 만성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친구들은 늘 있었다. 오히려 아무 증상도 없는 친구들이 드물었다. 얼마 전 다시 자가면역질환의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이번에는 구강작열감 증후군으로 나타났는데, 이것도 나중에 설명하겠다.)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해보니 다들 지병이 한 두 개쯤은 있고, 그 때문에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축농증이 있던 내 친구는 '항생제 먹으면 속 쓰리고 불편하지만, 축농증으로 고생하는 게 더 힘이 들어서 그냥 속 쓰린 거 감수하고 약을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항생제'가 없었더라면 결국 축농증도 자가면역질환과 비슷한 정도로 힘들었을 거고, 소화제가 없었다면 만성 위염이었던 사람도 나처럼 고생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던 생각.


"더 많은 사람들이 자가면역질환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이것도 조금 덜 힘든 만성질환이 될지도 몰라."

출처: https://healbody.co.kr/sub7-1/ (미라클통합기능의학센터)

'자가면역질환'이라고 어렵게 말하지만, 실은 상당히 자주 들어본 증상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류머티즘 관절염. 이외에 건선이나 아토피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류머티즘 관절염 꼭 나이가 많다거나 뼈, 관절에 이상이 있다고 오는 것 아니다. 나는 류머티즘이 아닌 섬유근육통 질환자였지만, 10대 때부터 류머티즘 수치가 높았고, 온몸은 매일 통증으로(섬유근육통의 증상이다) 고통스러웠다.


그 당시에는 '왜 나만 이런 이상한 병이 있을까'라고 고민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병을 치료해줄 수 있는 의사들을 만났다. 그 의사들의 말을 듣고 이것저것 알아보며 나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해야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감 잡는 건 쉽지 않아서, 치료를 하지 못하고 긴 시간 동안 계속 괴로워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걸 알았을 때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싶어서 덜 외로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그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예전의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심장이 깨지는 것 같았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원인도, 치료방법도 모르는 채로 고통을 겪어냈던 기간은 어렸던 내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고, 아마 앞으로도 긴 기간 동안 그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가면역 질환자들은 물론, 자가면역질환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이 질환에 대해 알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픈 사람들에게 생활 권고사항(필수사항이 아님)을 공유하는 것 정도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날의 나 같은 사람이 더 많아지지 않기를 바라니까.


나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10년 이상 이 질환을 앓아왔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것들은 종종 있다. 당장 모든 증세를 없앨 수는 없어도, 증상을 겪는 환자들이 원인을 찾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의 실마리 정도는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주변에 류머티즘 관절염, 베체트병, 쇼그렌 증후군, 섬유근육통, 아토피, 건선 등 병원에서 그저 대증요법(원인이 아닌 증세만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진통제, 항우울제, 스테로이드만 처방받는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혹은 본인이 그런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쓰는 글들이 그런 분들에게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브런치의 이번 매거진은 위와 같은 이유로 탄생했다. 앞으로는 자가면역질환이 무엇인지, 이걸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추정되는 원인과 해결방법들을 나눠보고 싶다. 자가면역질환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언급하는 생활 방침들을 지키면 다이어트가 되거나 건강해질 테니, 많은 분들이 흥미를 갖고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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