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엄마들보다 엄마나이가 한참 많은 아이
꼬물꼬물거리며 움직이는 인형 같았던 아이가 벌써 7살이 돼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살다 보니 일 핑계로 애한테 별로 해준 것 없이 훌쩍 자라 버려서, 맹모삼천지교까지는 아니더라도 출퇴근 1시간 거리지만 면학분위기가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
이삿날을 맞추기가 힘들어 입학식 하루전날 겨우 이삿짐을 옮기고 나니 낯선 환경과 낯선 친구들에게 적응할 시간도 없었고, 우리 부부의 타지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자 딸의 혼자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고 누구 할 것 없이 많이 울었다. 다행히 한 학기가 지날 때쯤이 되자 딸은 학교도 동네도 적응을 많이 한 것 같은 기특한 모습이었다.
원래 살던 곳은 노후하여 젊은 엄마들이 적었는데, 새로 이사 온 곳은 과밀학군이라 애들도 무척 많고 엄마들도 대체로 젊었다.
(나보다 대략 10~15살 정도 어린 듯…)
우리는 맞벌이를 하며 매일 늦게 퇴근하는데,
주변 젊은 엄마들은 외벌이 같아 보이는데도 한껏 꾸미고 문화생활을 즐기며 일상을 보내는 것 같다.
나이 많은 엄마이지만,
나름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또래보다는 동안이라는 착각으로 살며, 외출 시 후줄근하게 나간 적도 없는데
언젠가부터 딸은 이런 말을 하였다.
“엄마 화장 안 하고 나갈 건 아니지?”
“엄마 밖에 나가기 전에 옷 갈아입을 거지?
이 옷은 좀 충격적인데? “
그런 말들을 그냥 웃어넘기곤 했는데 학교에 공개수업이 있어서 가기 전 날 물었다.
”내일 수업 마치고 엄마 학교 구경 시켜줄래? “
“아니요.”
“왜?”
“부끄러워.”
“응? 뭐가??”
”…“
“왜 엄마가 친구들 엄마보다 늙어서? “
“응, 그런 것도 있고…”
요지는 엄마랑 다니면 아기 같아 보인 다였지만,
아니라고 대답하길 내심 기대한 유도심문이었는데너무 솔직한 대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내 장난스러운 말투로
“엄마가 늙어 보여? 너 친구 엄마들 보니까 다 엄마 또래 같던데. 뭘”
“근데 진짜 나이는 많잖아. 훨씬”
“그건 물리적 숫자일 뿐이야! 엄만 훨씬 젊어 보이거든!! “
처음에는 딸에게 섭섭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내가 한 말과 행동이 반성되었다.
“엄마가 나이가 많으니 이해해”
“엄마가 다른 사람보다 늙었어. 네 친구엄마들보다”
“엄마 곧 할머니야. 그런 건 못해줘.”
장난처럼 한 말들이 딸의 뇌리에는 깊게 박혔나 보다.
앞으로는 굳이 내 입으로 ‘늙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어린 딸과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