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every life

Marla Frazee

by 매일매일 그림책


스크린샷 2026-03-08 오후 1.23.32.png <모두가 축복이예요> 말라 프레이지


아침 일찍 눈을 떴는데 개운하다. 숙면의 밤이 지나면 새 날이 시작된다. 자연스럽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김없이 매일 새 삶을 시작한다. 1월엔 30년간 살던 북쪽 끝 마을을 떠나 남쪽 끝 마을로 주거지를 옮기는 대모험을 했다. 온라인으로 찜한 뒤 후다닥 여러 절차를 끝내고 이사한 집이 맘에 든다. 아침마다 거실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햇살 때문이다. 좋은 자리에 둥지를 튼 새처럼 맘이 편하다. 카푸치노 한 잔과 토스트, 사과 한 개를 사등분해서 껍질 째 아삭아삭 씹어 먹는다. 천천히 넘기는 미지근한 물 한 모금이 입안을 맑게 헹궈준다. 언제나 그랬듯 다시 나의 루틴이 이렇게 시작된다. 2월이라 무릎에 찬 공기가 닿아도, 집안에 세팅된 익숙한 물건들이 전하는 따뜻함이 생각을 피어오르게 한다. 문득 그림책을 보며 하루를 열고, 잡다한 생각을 일기로 적는 아침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오랫동안 접속하지 못한 브런치를 열고 프로필을 바꾼다. 매일매일 그림책. 새 프로필이다. 그림책 20권과 함께 20일이 지난 오늘 드디어 매거진에 가지런하게 정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이러다 멈추면 다시 서랍에 넣어두면 되니까. 그냥 시작하는 거다. 다양한 시작의 흔적들이 남아 있으면 어떤가! 마무리 짓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게 브런치다.


이사 후 2주간의 정리 기간이 끝나고 안정된 마음으로 본 첫 그림책은 <In every life>이다. 매 페이지마다 언급되는 'Blessed' '축복'이란 단어가 마음을 울린다.

" And in every life, blessed is Love " 모든 삶에서 사랑은 가장 큰 축복이다. 작가의 글을 곱씹어본다. 사랑하든 못하든, 사랑 받든 못 받든, 사랑은 그 자체가 축복이다. 작가가 그린 모든 장면은 마지막에 축복으로 귀결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이 있다'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흐른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천천히 숨 쉬듯 보면 참 좋은 그림책이다. 지금 가장 힘든 순간을 보내는 나와 딸에게도 사랑이 가득하다. 조용히 그 사실을 그림책을 통해 자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