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rice Alemagna
새로운 경험을 위해 몸을 낯선 곳으로 이동시켜도 마음은 옛 곳에 두고 살 때가 많다. 딸은 새롭게 살고 싶지 않은 지, 예전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보내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아이의 삶을 기준으로 하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론 그림책의 이 아이처럼 생각의 숲을 헤매며 수많은 경험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루를 여는 '오늘 그림책'을 고르는 손길이 조금 진지해지고 있다. 매일 아침 내 마음을 끄는 그림책을 서가에서 고를 때 살짝 떨리기도 한다. 작심하면 신중해지는 게 습성인가 보다. 역시 대충은 못하는 게 나의 약점이다. 어쨌든 나의 관심을 가장 많이 녹여낸 <On A Magical Do-Nothing Day>는 딸의 일상에 나의 소심한 불만을 드러내고 싶어서 선택했다. 그리고 정답은 아니어도 딸을 이해하는 방식을 새롭게 제안해 준 그림책이다. 작가의 상상을 이렇게 친절하게 글과 그림으로 구현해 주어서 그림책을 볼 때마다 정말 호사를 누린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길이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는 여러 상황에서 또 한 번 배운다. 그림책의 본질은 손으로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기고, 작가가 구현한 세상을 글과 그림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기만의 속도로 그림책을 만난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그림에 글이 없더라도 그림으로 글이 들리듯 볼 수 있는 것도 그림책이다. 왜냐하면 그림책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서사가 있고, 전후 맥락이 있고, 메시지도 있다. 창작자의 관점에선 페이지의 구성과 색감, 캐릭터, 장면 묘사 등등 그림책 자체가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독자의 입장에선 흔들리는 마음도 잡아주고, 새로운 관점도 배운다. 그림책에서 이 아이는 헤매고 헤매다 집으로 돌아와 언제나 똑같지만 다른 엄마를 보게 된다. 늘 먹던 식사도 특별해진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은 헤매고 길을 잃어봐야 알게 된다. 그림책은 그것이 꼭 물리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해준다. 침대에 몸을 딱 붙이고 아무것도 안 하듯 보여도 생각으론 거대한 모험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십 대의 딸을 응원하게 만드는 좋은 그림책이다.
My mother was there, still writing, but now she looked different - like one of the creatures outside.
We just sat in the kitchen, look at each other, and breathed in the delicious smell of our hot chocolate. That's it. That's all we did. On the magical do - nothing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