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네모

Simon Philip, Neil Clark

by 매일매일 그림책
스크린샷 2026-03-08 오후 11.01.06.png The Circular Square


큰 정사각 판형에 꽉 찬 동그란 얼굴이 흔들거리고 있다. 동그라미는 스스로를 동그란 네모라고 부르게 되기까지 겪은 일을 들려준다. 네모는 제대로 구를 수 없고, 툭하면 모서리가 깨치고, 미끄럼도 신나게 탈 수 없어서 불행했다. 그러다 네모는 그냥 생긴 대로 살기로 결심한다. 관점을 바꾼 거다. 미끄럼틀은 천천히 타고, 바삐 다니는 대신 오래오래 해변에서 썬탠을 한다. 줄을 꽉 잡지 않고도 그네를 탈 수 있고, 천천히 숲길을 걷는다. 레모네이드 한 잔도 느긋하게 마시며 온갖 느림의 미학을 즐기기에 이른다. 때론 역동적인 활동을 해야 할 때도 그런대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경험을 한다. 어느새 네모는 마모되어 동그라미가 된다. 그림책의 특성상 시각적으론 동그라미가 되지만 마음이 변한 것이다. 그림책엔 없지만 서서히 조약돌보다 작아지고 가루가 될 것이다. 깨치고 부서지는 것은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외형이 아닌 내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네모가 스스로를 인정하던 모습은 굉장히 지혜로운 자만이 할 수 있다. 겁나고 무섭고 혼자만 뒤쳐진 것 같아도 그런 자신을 품어주고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삶을 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불안은 줄어들고 소소한 행복감도 조용히 다가와준다.


동그라미 마을에서 네모가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네모라서 좋은 것들을 찾아보는 거다. 타인의 기준으로 비교하며 사는 것보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을 선택하는 건 자유로운 삶의 표상이다. 사실 얼떨결에 후다닥 동글동글해진 동그라미는 모른다. 동그라미도 한 때 네모였던 것을. 네모였던 순간을 즐겨본 자 만이 동그라미의 삶도 동그라미답게 살 수 있다.


딸이 학교 선생님이 "행복의 반대말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불행'을 떠올렸는데, 선생님은 '비교'라고 하신 순간 가슴에 팍 꽂혔다고 했다. "대충 살아도 돼! 대신 자유롭게 살아! 열심히 살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어떻게 살 지는 자기가 정하는 거야. 자유롭게!" 딸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학교라는 공간이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변하지 않길 바라는 선생님의 마음도 읽었다고 했다. 힘듦, 고통, 불안감도 가득한 십 대 후반은 네모의 시기니 그 모습도 느긋하게 받아들이길 바라며 딸에게 이 그림책을 건넨다.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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