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팝팝 팝콘 영화 시작

천은진

by 매일매일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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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그림책상상 그림책학교에서 이야기 씨앗을 찾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배웠다. 체계적인 커리큘럼에 충실하게 따르다 보면, 어느새 더미북을 만들어 흐름을 살피는 단계가 되었다. 배움의 맛은 달고 쓰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즐거움과 새롭지 않은 내 이야기를 탈바꿈해야 하는 창작의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때론 멈추고 싶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멋진 그림책이 얼마나 많은데, 네 그림책까지 있어야 할까? 누가 알아주겠어?" 매일매일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도저히 끌고 갈 힘이 안 날 땐 포기하고 싶었다. 세상엔 창작보다 신나고 재밌는 것들이 가득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심화반 더미북 전시를 위해 두 권의 그림책을 편집 디자인까지 하면서 끝까지 해보는 것에 의미를 두게 되었다. 이왕 시작한 거니,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그렇게 생애 최초 그림책 더미북 전시를 동기들과 함께 열게 되었다. 전시회 전에 그림책학교에선 500여 개가 넘는 그림책출판사에 온라인 메일을 보냈다. 출판사가 미리 더미북을 살펴보고, 전시회에 와서 그림책 실물과 작가의 창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신기한 일이 생겼다. 여러 출판사에서 내 그림책에 관심을 갖고 계약하고 싶어서 찾아와 주었다. 얼떨떨했다. 출판사가 심사숙고해서 작품을 선택하고 출간되어 독자들에게 선 보일 때까지 다시 긴 시간이 필요했다. 에디터와 디자이너의 밀착 크리틱은 맵다. 그걸 이겨내는 과정에서 눈물 콧물이 줄줄 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첫 그림책은 수없이 수정한 끝에 세상에 나왔다. <팝팝팝 팝콘 영화 시작>은 내 첫 창작 씨앗이고 가장 오랜 시간을 거쳐 출간된 그림책이다. 신비롭게도 다음 그림책을 만들 때부터 훨씬 수월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수정 시간도 대폭 줄었다. '창작 근육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내게도 고통의 무게를 견딜 근육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팝콘캐릭터들의 영화 만들기'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내 그림책은 영화 사랑에서 시작되었다. 감독이 만든 창작물 속엔 새로운 세상과 인물이 가득하다. 2시간 동안 기승전결 이어지는 이야기에 빠졌다 나오면 상상의 힘을 믿게 된다. 특히 영화관에서 몰입해서 보면 더 즐거운 영화 보기. 이 이야기는 영화관에서 떠올랐다. 팝콘통을 들고 영화를 보는 데, 나와 팝콘이 함께 보는 거 같았다. 그 순간 팝팝팝 그림책 창작의 씨앗이 튀어나와 내 속에 심어진 거였다. 버터콘, 딸기콘, 초코콘! 영화덕후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그림책으로 세상에 나온 거다. 그들의 여정이 궁금하다. 지금 어디서 누굴 만나 어떤 시간을 보낼까? 그들을 평생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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