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은진
<매일매일 가을이면 좋겠어>는 집 근처 숲길에 있는 커다란 밤나무 몇 그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을 아침, 밤나무 아래 수북이 떨어진 밤송이 안엔 밤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이 거의 다 가져갔거니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람쥐가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른 아침 누구보다 먼저 다람쥐들이 서둘러 싱싱한 알밤을 따 먹으면서 온 숲을 누비는 모습이 그려졌다. 어린 다람쥐들의 알밤이 가득한 숲 속 가을소풍 이야기는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겁게 만들었다. 그 기쁨이 고스란히 밴 그림책이라 운 좋게 출판사에서 시리즈 출간을 제안해 주었다. 어린 다람쥐들의 이야기는 봄과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져 사계절 그림책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올봄엔 <매일매일 봄날이면 좋겠어>가 곧 출간된다. 올해엔 숲 속 다람쥐 마을에 온통 빠져서 다람쥐들과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펼쳐갈지 아직 모른다. 집중해서 상상하고 생각해 보고 수없이 그리다 보면 어디로든 이야기가 흐를 것이다. 그 흐름대로 따라가면 된다. 이제 헤매고 또 헤매는 창작의 시간이 조금 익숙해지고 있다. 휴, 다행이다.
매일매일 그림책을 읽고 쓰고 그리는 창작자로서 첫 번째 그림책을 출간할 때 날아갈 듯 기뻤다. 오랫동안 바란 일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매일 온라인 서점 판매지수를 살피고, 소셜미디어의 반응도 수시로 확인했다. 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원화전과 북활동으로 독자들을 찾아 나서고, 동네서점과 도서관에 홍보를 하고 여러 기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그림책을 선 보이려고 애를 썼다. 특히 아이들과 직접 만나서 내 책으로 다양한 활동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음 그림책을 위해 다시 창작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림책을 만들려면 기획에 아이디어를 더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더미북으로 수없이 흐름을 살펴야 한다. 특히 출판사의 피드백을 통해 작품이 다듬어져 가면 작가의 다음 길이 어떤 것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 이 과정을 새로운 그림책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더 정교해지고 더 독특해지려고 사력을 다하게 된다. 누가 등 떠밀어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항상 제 일 순위가 된다. 힘들고 지쳐도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든 하기 마련이다. 쓰고 그리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내는 긴 작업은 계속하고 싶다. 이 열정이 식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