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
그림책 한가운데에 가장 중요한 굵은 나무가 있다. 가로판형의 그림책엔 이런 명확한 이유가 있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나무를 감싸는 봄꽃과 동물들이 어우러져 글과 그림이 아래로 흐르게 만들어졌다. 나무 끝 높은 곳에 빗물이 방울방울 내리는 첫 페이지가 표지가 되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라고 추측하는 말과 달리 장면 가득 온통 봄이다. 처음 볼 땐 그림 속 캐릭터가 탐스럽고 귀여워서 봄을 만끽했다. 글 중심으로 다시 읽어보니 끝까지 봄이 오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그림 속에 힌트가 있어서 작가의 의도에 감탄하게 된다. 반전의 묘미도 숨겨둔 그림책이다. 천천히 곱씹어보면 봄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제목 이어야 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이처럼 그림책을 구성하면서 다양한 감상포인트를 만든 점에 또 한 번 배운다. 언제나 그렇듯 봄이와도 현실에 산적한 문제들은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아직 우리가 반갑게 맞이할 봄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년 더 봄이 기다려지는 지도 모른다. 이번 봄은 다르길 바라 서다. 찬란한 계절엔 깊은 슬픔을 애써 잊고 싶다. 상대적으로 내 슬픔이 더 짙게 드리워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슬픔 속에서도 빛나는 계절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다 반짝 눈이 떠지는 아름다운 꽃에 마음이 끌려 봄을 노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봄은 다시와 내 어깨를 토닥여준다. 토닥토닥 내리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위로를 받는다.
다시 봄이 왔다.
항상 그래왔듯이...
비가 내리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
꽃잎들이 앞다퉈 피어날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