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미치도록 그리울 때가 온다

엄마의 잔소리

Fujifilm X-pro1 - XF23mmF2 R WR

어린 시절 엄마의 잔소리가 그저 귀찮고 지겨운 소리였다. 

"일어나! 지각이야!!", "아침밥 먹어야지?", "방 좀 치워라"

내 일상 하나하나에 간섭하는 것처럼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 혼자 살게 되면서 그 잔소리가 그리워졌다.

혼자 사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그 잔소리가 그리울 줄은 몰랐다. 이제 아무도 나를 깨워주지 않고, 내 방을 보지 않는다. 방 한구석에 옷이 쌓이고, 주방엔 설거지거리가 늘어나도, 그 누구도 나를 쫓아다니며 불평하지 않는다. 내 삶을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유는 점점 무거운 무언가로 변해갔다. 자유롭다는 건 모든 선택이 내 몫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아침에 언제 일어날지도, 밥을 언제 먹을지도, 방을 언제 치울지도, 심지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도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엄마의 잔소리는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내가 무언가를 놓치지 않도록 내 삶을 정돈하고 나를 돌봐주는 보호막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잔소리 속에는 사랑과 걱정이 담겨 있었고, 그 소리가 사라지니 세상은 너무 조용했다. 엄마가 내 삶에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그 잔소리들이 나를 지탱해 주던 일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것이 미치도록 그리울 때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