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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구루 Nov 18. 2023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영화 <택시운전사>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택시 일을 하며 살아가는 만섭은 어린 딸 은정과 같이 살고 있다. 그에겐 가족의 안정이 참 중요하다. 나라에서 하는 말들을 그저 잘 듣고 따르면, 피해 보지 않고 안정적으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대학생이란 존재는 생계에 불편을 주는, 호강에 겨운 어린애들이다. 그렇게 데모하는 것도, 먹고사는 것에 대한 위헙을 받아 보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그런 그가 재구를 만난다. 만섭은 재구에게 이런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생산성 있는 일을 하라고 한다.

학생이 지금 저기 내려간다고 뭐가 달라져?

 저런 위험한 곳은 가봤자 똑같은 거 아닌가? 앞에 총과 군인이 즐비한데 한 명 더 간다고 상황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건가? 만섭은 뛰어드는 재구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곧 그는 광주의 실상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재구의 행동을, 광주 시민들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그들은 만섭과 같은 사람이다. 그저 그들은 가족과 친구, 소중한 사람들의 평안이 중요했던 것이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갈등은 결국 각자의 생활과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발생한다. 이를 깨달은 만섭은 전에 없었던 ‘인정’이 생긴다.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희생]

제 목소리 들리죠? 여기 군인은 제가 붙잡고 있을 테니까 제발, 도망쳐서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 세계에 알려 주세요

 가요제에 나가려고 대학에 들어갔다는 순박한 재구. 유쾌하고 웃음이 많은 청년이다. 아직 젊은 나이인 그가 군인을 붙잡겠다는 말을 하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서슴없이 총을 들이대는 사복경찰은 자신을 같은 인간으로도 보지 않는다. 이미 수많은 피와 죽음을 본 재구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직감한다. 나 여기서 죽는구나. 그래 그렇다면, 어차피 죽을 목숨이면, 적어도 자신이 죽었다는 걸 사람들이 알려면, 힌츠가 살아야 한다. 힌츠가 잡히지 않아야 내 소중한 친구들이, 가족들이, 사람들이 더는 죽지 않는다. 재구는 조금이라도 더 살고싶다, 더 오래 폐에 신선한 공기를 넣고 싶다는 생명체의 본성을 누르고 마지막 선택을 한다.

조심해서 가쇼잉 여긴 걱정하지 마시고!!

 재구와 태술은 죽음 앞에서 밝음을 보인다. 가는 만섭과 힌츠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들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 때문에 망설이지 말라고. 만섭과 힌츠는 옳은 선택을 하는 거라고. 우리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사실 두렵고 무섭고 살고 싶지만, 그런 감정이 그들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는 의지가 슬픈 웃음을 만들어 냈다.

 만섭과 힌츠도 알고 있다. 그들의 걱정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를 안다. 그렇지만 마치 자신들의 행동이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야 하기에 나아간 것이다.

보내줘.. 보내주라고 서울택시도 아니고 기자도 아니라는데 어쩔 거야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벌을 받는 곳. 군대. 그 벌이 상식적이지 않던 시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박중사는 짧은 시간에 그만이 할 수 있는 희생을 자처한다. 왜 모른 척했을까라는 물음이 우습도록 답은 확실하다. 이 사태가 끝이 났으면 좋겠고, 무고한 희생이 멈췄으면 좋겠고, 강제된 가해자의 입장을 그만두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군대가 개인의 소망과 염원 따위는 묵살하는 곳인 것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공간에 적응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게 편안한 삶을 위한 길인데도, 적응하지 않은 그의 내면이 얼마나 피폐해져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누구를 위한 총인가]

 영화를 보는 줄곧 생각했다. 무엇이 이런 일을 만들었을까. 역사책에 나오는 윗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원인을 묻는 게 아니다. 정말 근원적인 건 무엇일까. 인간의 무엇이 죽음을 만들어 냈을까. 그런 게 과연 존재하긴 할까? 근본적인 원인은 알 수 없는 것일까?

 영화를 보며, 그리고 요즘 들어 사람의 생각이 정말 무섭다. 실체가 없는 생각은 그 안에서 사상을 만들고 총을 들게 한다. 총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쉽게 누군가를 겨냥할 수 있게 만드는 생각.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오늘의 질문]

영화 후반부 즈음 만섭이 아침 일찍 떠나기 전, 독일 기자 힌츠에게 자신의 과거를 말하였는데요.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아는 만섭이 한국어로 자신의 아픔을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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