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에서 들은 아이들의 웃음

by 장면수집가

집 앞 맥도날드에 커피를 사러 갔다.

정말 별것 아닌 일이었다.

커피 한 잔 사서 돌아오면 되는 짧은 외출이었다.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초등학생 여자아이들 네 명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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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앉으면

조금 비좁아 보일 만한 테이블에

옹기종기 붙어 앉아 있었다.



그 작은 자리 안에서

아이들은 세상 누구보다 즐거워 보였다.

커피를 주문해두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들은 계속 꺄르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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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나 싶어 가만히 보니,

한 친구가 찍힌 사진이

꽤 엽기적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친구들은 그 사진을 보며 누굴 닮았다느니,

조진세를 닮았다느니 하며 웃고 있었고,



정작 사진 속 주인공은 초상권 침해라면서

제발 삭제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전혀 나쁜 건 아니었다.

괴롭힘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정말 아이들다운,

그 나이대에서만 가능한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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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날 뻔했다.

생각해보면 친구 넷이서 맥도날드에 모여

저렇게 웃던 날들이 내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은 이제 꽤 멀리 가버린 것 같다.

예전에는 정말 별것 아닌 이유로 웃었다.



누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는 이유로,

사진이 우스꽝스럽게 찍혔다는 이유로,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 꽂혔다는 이유로

한참을 낄낄거렸다.



그때의 웃음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의미를 만들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웃겨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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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그런 웃음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웃음이 사라진 건 아닌데,

웃는 방식이 바뀌었다.



아이들은 이유가 작아도 오래 웃는다.

어른들은 이유가 커야 겨우 웃는다.



만나면 각자 바쁜 얘기를 하고,

밀린 일을 처리하고,

돈 이야기를 하고,

내일을 걱정한다.



웃더라도 잠깐 웃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즐거움에도 자꾸 조건이 붙는다.



시간이 있어야 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고,

뭔가 잘 풀려야 한다.



실없이 웃는다는 말이

어쩌면 가장 사치스러운

말이 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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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늘 그렇듯 밀린 것들을 했다.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쌓인 것들을 보고,

또 다음 할 일을 생각했다.



몸은 집에 돌아왔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쪽은 아직도

그 맥도날드 안에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좁은 테이블에 붙어 앉아,

사진 한 장 때문에

배를 잡고 웃던 아이들 곁에 말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아이들은 주말에 뭘 할까.

친구를 만나고, 사진을 찍고, 사소한 걸로 웃고,

내 딴에는 별 의미 없는 말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겠지.



어쩌면 그 시간은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종류의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별것 아닌 줄 알았는데,

지나고 나면 유난히 선명하게 남는 장면들.

인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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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의 웃음을 듣는 건 정말 귀해진 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계산 없는 웃음,

아무 목적 없는 웃음,

그냥 순간이 좋아서 터지는 웃음이 귀해졌다.



우리는 언제부터 웃음에도

이유를 붙이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별것 아닌 일로

한참을 웃는 일을 유치하다고 여기게 되었을까.



오늘 맥도날드에서 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잠깐이었지만,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그 웃음은 시끄럽다기보다

살아 있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어쩌면 내가 웃고 싶었던 건

그 아이들이 한 말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들 안에 아직 살고 있는 '가벼운 시간'

부러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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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일로 실없이 웃던 시절.

아마 사람은 그 시절을

완전히 잊고 사는 척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계속 그리워하는 것 같다.





※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제가 작성한 글을 그대로 가져온 글입니다. 브런치와 친해지기 느낌으로, 1화는 있던 글을 그대로 작성해보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