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씻을 때나 청소를 할 때나
문득,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노래 제목은 응답하라 1988 OST 중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이다.
이 노래를 무의식적으로 내뱉는다.
의식이 하나도 끼어있지 않다.
부장님이 콧노래를 저절로 흥얼거리듯, 나는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내 무의식 속, 걱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때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 모두는 너무 큰 걱정을 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전혀 없으면
막상 큰 시련이 왔을 때 대비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걱정이 너무 크면
될 일도 되지 않게 만든다.
걱정은 늘 그럴듯한 얼굴을 하고 들어온다.
취업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잘 갈 수 있을까 걱정하고,
부모님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고,
모아둔 돈으로 앞으로의 삶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벌써 여러 번 살아보는 것이
걱정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 걱정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 때도 있지만,
가끔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일을
마음속에서 먼저 망쳐버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걱정을 완전히 없애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걱정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다만 그것이 삶 전체를 덮어버릴 만큼
커지게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금 걱정하고,
조금 준비하고,
그래도 너무 무거워지기 전에는
한 번쯤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
괜찮다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오늘의 마음으로 다 무너뜨릴 필요는 없다고.
어쩌면 그래서 나는
씻을 때도, 청소를 할 때도
무의식처럼 그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정말 걱정이 하나도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걱정하며 살지 말자는
내 마음 깊은 곳의 작은 부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