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의 시간을 어떻게 흘러가고 계신가요?
개발자로 반도체 설계 업무를 하다가 번아웃이 와 휴직을 내고 발리에 요가하러 왔다.
발리에서 요가를 한다고 생각하면, 힐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물론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나의 선택은 ytt200 "Yoga Teacher Training 200hr" 요가 선생님이 되기 위한 교육과정으로 3주간의 훈련을 등록했다. 요가를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라 요가를 조금 더 심도 있게 해 보고자 휴직하고 나서 또 해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밀어붙이는 방향의 선택을 해버린 것이다.
한 주의 시간표를 보여주자면 다음과 같다.
이렇게 3주를 교육받게 되는데 아침 7부터 저녁 7시까지의 일정으로 가득 차있다.
첫날의 감정은 "It's amazing!"이었지만 하루가 지날수록 "What am I doing here?"로 바뀐다.
나 여기서 뭐 하는 거지?
1. 아침에 잠이 덜 깬 채로 PRANAYAMA (프라나야마) 시간에 호흡법을 배운다. 숨을 쉰다고 생각하고 편할 줄 알았는데, 왼쪽의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오른쪽의 코로 숨을 내쉬고, 중간에 턱을 가슴에 붙인 채 숨을 참기도 하며, 6번 카운트에 맞춰 숨을 들이마시고 12번 카운트에 맞춰 숨을 내쉬고, 어질어질하다. 이 호흡법의 이름은 Kumbhaka (쿰바카)로 요가의 길에서 정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호흡법 중에 하나이다.
2. 프라나야마 수업 뒤에는 90분가량은 신체적인 요가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더운 날씨에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땀으로 샤워하며 몸을 들고 비꼬고 뒤집는 시간이다. 어느 한 선생님께서는 유튜브의 홈트 강사님처럼 "Don't Give Up! You can do it! Go! 5! 4! 3! 2! 1!"을 외치신다. 정신없이 개운한 아침이 지나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오전 11시. 이 시간을 구해내기 위해 휴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침을 간단히 먹고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그러면 다음 수업을 위해 나가야 한다.
3. 해부학 강의와 철학시간이다. 대학교 교양수업과 비슷한 느낌의 수업으로 시험을 보게 되는데, 몇 가지 암기하는 부분들을 공부하면 된다. 이 수업은 재밌기도 하지만 내 소중한 휴직기간을 잃어버린 거 같은 기분에 슬퍼지기 시작했다.
4. 또 운동할 시간이다. 하나하나 자세를 교정하고, 옆 친구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 가르쳐야 한다. 가르치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자세를 어떻게 교정해줘야 하는지 또 외워야 한다.
5. 부족한 운동을 채우며 심화된 자세를 하기 위한 Workshop 시간이다. 고난도의 운동을 하기 위한 연습이라 재밌긴 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끝나면 해는 저무러 간다.
또 이렇게 나의 시간을 빼앗겨 버린 기분이다.
오전 11시 30분의 철학시간, 혼자 공부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마치 10년 만에 대학생이 된 기분으로 땡땡이를 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복하다. 느리게 가는 이 순간이 좋다.
바람이 선선히 들어오는 카페에 앉아 스무디볼과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자연을 바라보는 것, 이것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다.
카페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하늘, 바람, 나무, 지나가는 사람들,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간다.
일하는 것이 싫었던 것은 아닌데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는지, 그만두고 싶게 만들었는지, 일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나를 주저앉혔는지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 다시금 나를 회복할 수 있게 한다. 나에게 질문을 건네는 오롯한 시간이다.
현대 사회는 쾌락, 즐거움, 재미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나에게 행복한 순간이란 날마다 자연을 접하면서 맛보고 누리는 상쾌함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내느라 지치고 상처받았던 모든 순간들을 하늘을 바라보고 자연 속에 있으면 잠시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덥고 습하고 열악한 상황일지라도, 바람 한 번 부는 곳에 앉아있으면 그 모든 생각들을 내려놓게 된다.
무엇이 우리를 작은 반도체 안으로 그 사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고, 모두의 시간을 뺏어간 걸까.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싸우고 화내며 시간을 소비하는 것일까. 본인의 생존이나 성공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회사나 세상의 발전을 위해 열정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반도체 설계를 하면 재미도 있었고, 힘들어도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면 기쁨도 느꼈었다. 보람도 느꼈었다. 물론 일의 목적 중에는 생존의 역할, 일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들을 먹으며 괜찮은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급여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 년의 15일의 휴가만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그리고 나의 근무환경을 들은 유럽의 프랑스 그리고 덴마크 친구들은 "너희 나라 다들 무슨 워커홀릭이야?", "우리는 휴가 5주를 줘도 다 같이 길거리에서 투쟁해! 어떻게 그래?" 이렇게 말하며 "나는 네가 너를 위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주었다.
오늘은 땡땡이를 치며 해야 하는 철학 수업이 아닌 오롯이 나만의 시간으로 구해내 보았다.
의무감에 해오던 일들을 내려놓고 나만의 시간,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 하늘을 바라보고 나의 세계가 천천히 흘러가도록 시간을 구해내는 일을 해 보았다.
나의 시간을 어떻게 구해낼 것이며 앞으로의 시간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맞이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