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9달 전 휴직을 선언했다.
1년의 휴직을 쓸 수 있다면, 무엇을 하실래요?
휴직 전 1년 넘게 심리상담을 다니고 있었다.
"설레는 게 없어요.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움직이기도 싫어요. 그냥 버티는 기분이에요"
내가 언제 설렜을까. 상쾌한 아침 걷는 기분에 설렜었다. 조용하게 서점에 앉아 마음에 드는 문구를 찾았을 때도 설렜었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 좋아하는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사 와 햇살을 맞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나는 설렜다. 이런 내가 심지어 아침에 출근하는 길이 설레던 때도 있다. 첫 출근, 첫 출장, 첫 세미나 등등 긴장이 아닌 간지러운 설렘들로 가득 찬 삶이었다.
하지만, 나는 설레는 법을 까먹었다. 고장이 나서 못하게 되었다.
설렘,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림. 또는 그런 느낌.
전화하느라 설레서 잠을 설치고, 정말로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만났고, 이렇게나 잘 맞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 남자친구가 작년에 멋들어지게 프러포즈도 했다.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물속에 가만히 조용히 혼자 눈을 감고 있는 기분. 우울증이었다.
이대로 결혼식장에 들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결혼 전 내가 먼저 나아지고 싶다고 말했다. 내 인생이 올바로 서야 함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휴직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남들 앞에서는 버틸 수 있지만 뒤돌아서면 숨이 가쁘고 주변에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예민했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나의 심장소리만 들렸다.
책에서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 쇼펜하우어)
'인간의 행복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고통과 지루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두 적 중에 하나에서 멀어지면, 다른 하나와 가까워진다. 빈곤과 결핍은 고통을 낳고, 안전과 과잉은 지루함을 낳는다. 객관적으로 빈곤, 즉 고통과 끊임없는 투쟁하는 하층계급을 목격한다. 그에 반에 부유하고 고귀한 계급은 지루함을 상대로 필사의 싸움을 벌인다.'
빈곤할 때는 고단하고 부유해지면 지루하게 된다고, 그래서 그 고단함과 지루함 사이에서 우리는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그런데 나는 고단하고 지루하다. 빈곤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이 삶에서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내 인생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1년의 휴직을 쓸 수 있다면, 무엇을 하실래요?
다시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