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쥐어짜기
대화를 할 때, 당신은 상대의 말을 진짜 듣고 있는가? 아니면 내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고 있는 건 아닌가? 솔직해지자. 우리 대부분은 후자다. 상대의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반박할 논리를 준비한다. 경청이 아니라 대기. 우리는 듣는 척하며 기다릴 뿐이다.
이런 태도를 두고 어떤 이들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적이다. 이 둘은 다르다. '이기심'이 스스로를 발전시키려는 합리적인 동기라면, '자기중심성'은 타인을 내 발언을 위한 도구로 여기며 그 존재를 지우는 태도에 가깝다. 운전에 비유하자면, 이기심은 가속 페달이지만, 자기중심성은 브레이크다.
당신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갑자기 뉴스 속보가 뜬다. 일본에 큰 지진이 발생해 수만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슬프네." 당신은 몇 초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몇 분만 지나면? 다시 엑셀 시트를 들여다본다. 점심 메뉴를 고민한다. 퇴근 후 약속을 떠올린다. 일본 사람들은 더 이상 당신의 머릿속에 없다.
이상한가? 아니다. 지극히 정상이다. 우리는 그런 존재다. 남의 커다란 불행보다 내 발가락에 박힌 작은 가시가 더 아프다. 이것이 인간이다.
18세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기본 바탕에는 이와 반대되는 선한 본성도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사람의 운명과 처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또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을지라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기도 한다."
이 문장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우리는 이기적이면서도 동시에 이타적이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두 가지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스미스가 말한 '이기심'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것과 다르다.
《국부론》에서 그는 이렇게 정의했다. 인간은 자신이 잘하는 한 가지 일을 전문화하는 대신, 나머지는 타인의 도움을 통해 얻는다고. 빵을 굽는 사람은 빵을 만들고, 옷을 짜는 사람은 옷을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교환한다. 이것이 번영의 원천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무언가를 그냥 주지 않는다. 답례를 기대하기 때문에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스미스가 말한 이기심이다. 당신이 친절하게 문을 잡아주는 이유는? 상대가 고마워할 거라 믿기 때문이다. 당신이 회사에서 야근하는 이유는? 승진과 인정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기심을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히려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엔진이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만약 자기밖에 모르는 행동을 일삼는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 앞에서 떳떳할 수 있을까? 어떻게 도덕적인 존재로 남을 수 있을까?
스미스는 이렇게 답한다. 인간의 도덕의식은 다른 사람들의 지지와 반감을 경험하면서 만들어진다고.
우리는 혼자서는 도덕적일 수 없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그들의 반응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것은 옳다' 혹은 '이것은 그르다'를 배운다.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끊는 사람은 왜 눈총을 받는가? 그것이 비도덕적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시선을 의식하며 조금씩 변한다.
나는 경제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세금 낼 때 도움 되겠네요." "주식 잘 하시겠어요."
웃기게도, 나는 투자에서 한 번도 성과를 거둔 적이 없다. 경제학은 돈 버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려줬다. 인생에서 유일한 가치는 돈이 아니라는 것.
1학년 때 교수님이 말했다. "경제학이야말로 인생을 최대치로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학문이다."
그 말은 거시적으로 맞다. 경제학의 핵심은 선택이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모든 선택에는 트레이드오프가 따른다.
당신이 텔레비전 앞에 앉기를 선택하면, 책 읽을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다. 당신이 술자리를 선택하면, 가족과의 저녁을 포기하는 것이다.
좋은 삶이란, 결국 좋은 선택을 더 많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옳다고 내가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챘을 거다.
조금은 고리타분한 얘기다. 하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행복하고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행복한 삶이란 이기적이되 자기중심적이지 않은 삶이다.
당신의 전문성을 갈고닦아라. 당신이 잘하는 것을 세상에 내놓아라. 그리고 그 대가를 떳떳하게 받아라. 이것이 이기심이다.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말에 귀 기울여라. 당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말고, 진짜로 들어라. 이것이 자기중심성을 벗어나는 길이다.
우리는 모두 이기적이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어떤 종류의 이기심을 선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세상을 망가뜨리는 이기심이 있고,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이기심이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사람 사는 일은 거기서 거기다. 다들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지는 약점과 강점은 거의 비슷하다. 그러니 이기적인 자신을 조금 더 솔직하게 인정해도 괜찮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