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품질을 따지지 않는 사람들
한국인의 일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확인해봤다. 약 5시간 17분.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화면과 마주하고 살았다는 뜻이다.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의 뇌는 무엇을 먹고 있었을까. 15초짜리 도파민으로 덮여버린 쇼츠의 파편들, 개살구 같은 인스타그램의 완벽한 일상, 익명의 불쏘시개들이 지펴낸 온라인 커뮤니티의 분노 가득한 댓글들, 그리고 클릭베이트로 사람들을 낚는 자극적인 기사들.
우리는 몸에 들어가는 음식의 품질에는 그렇게 민감하면서, 뇌에 들어가는 정보의 품질에는 왜 이렇게 무관심한 걸까.
유기농 채소와 무농약 과일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SNS에서는 가짜 뉴스와 자극적인 콘텐츠를 아무 거리낌 없이 소비한다. 몸의 건강은 챙기면서 정신의 건강은 방치하는 셈이다. 컴퓨터과학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
이 원리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우연히 대학 동기를 만났다. 5년 만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근황을 물었더니 그가 말했다.
"요즘 사람들 만나기가 힘들어. 할 얘기가 별로 없어서."
이상한 말이었다. SNS에서 본 그는 매일 무언가를 올리는 사람이었다. 유튜브 영상도 하루에 서너 개씩 본다고 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할 얘기가 없다니.
"뭘 주로 봐?"
"그냥... 쇼츠? 릴스? 재밌는 거."
그 순간 이해가 됐다. 그가 소비하는 정보들은 15초 안에 끝나는 자극적인 영상, 댓글로 싸우는 논쟁거리, 누군가의 불행을 소비하는 가십들이었다. 그런 것들로 머리를 채우면 실제 대화에서 꺼낼 이야기가 없는 건 당연했다. 대화는 생각을 나누는 행위인데, 생각할 거리가 없었던 것이다.
반대로 최근 만난 선배는 달랐다. 책에서 읽은 흥미로운 개념, 다큐멘터리에서 본 놀라운 사실, 팟캐스트에서 들은 새로운 관점.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대화가 풍성했다. 같은 시간 정보를 소비했지만, 한 사람은 빈곤해지고 한 사람은 풍요로워졌다.
우리는 정보도 음식처럼 우리를 구성하는 재료가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어렴풋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인풋이 아웃풋을 결정한다는 건 프로그래밍의 기본 원리이자 인간 학습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옛사람들은 이를 '보이국사(報以國士)'라는 말로 표현했다. 나를 국사로 대우해주면 나도 국사로 보답한다는 뜻이다. 상대가 나에게 베푼 만큼 나도 그에게 돌려준다. 투입한 만큼 나오고, 뿌린 만큼 거둔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좋은 지식을 넣으면 좋은 생각이 나오고,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문제는 현대 사회가 정크푸드 같은 정보로 넘쳐난다는 점이다.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제목, 분노를 부추기는 댓글, 허위 정보가 섞인 루머, 단순한 쾌락만을 추구하는 영상들. 이런 콘텐츠들은 즉각적인 만족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사고력을 둔화시키고 판단력을 흐린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우리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계속 추천해준다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우리를 정보의 에코챔버(Echo Chamber) 안에 가둔다. 비슷한 성향의 정보만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세상을 보는 시각이 편협해지고, 다른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마치 한 가지 영양소만 과다 섭취해서 영양 불균형이 생기는 것과 같다.
이런 현상을 두고 노엄 촘스키는 《우리는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에서 "원숭이를 잡는 방법"에 비유했다. 코코넛에 손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뚫고 그 안에 먹이를 넣어두면, 원숭이는 먹이를 움켜쥔 채 손을 빼지 못한다. 먹이를 놓기만 하면 되지만, 끝내 그것을 놓지 못한 채 굶어 죽고 만다.
우리도 비슷하다. 자극적인 콘텐츠라는 먹이를 움켜쥔 채 놓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단순하게 가보자. 음식을 선택할 때처럼 정보도 선택적으로 소비하면 된다. 매일 무엇을 읽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지 의식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멈춰 생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금 내가 보려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 식당에서 메뉴를 선택하듯 정보도 신중하게 고른다. 물론 가벼운 오락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건 자명하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로 만들어진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오고, 좋은 것을 넣으면 좋은 것이 나온다. 이렇게 단순하고 명확한 원리를 우리는 왜 잊고 살았을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내 뇌에 들어가는 정보의 성분표를 확인하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단 하나의 질문을 던자. "이것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난시亂視가 되어버린 우리의 시야를 천리안千里眼으로 교정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