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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Oct 13. 2020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다가

간혹 누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야?"라고 물을 때면 잠시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결국 장진영을 좋아한다고 대답하곤 한다.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 본인이 출연했던 영화, 게다가 본인이 맡았던 캐릭터와 같은 삶을 살다 생과 이별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대학생이었던 시절 한창 영화를 즐겨보던 그 당시 좋아하던 배우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꽤나 놀랐던 기억이 난다. 죽음은 늘 갑작스럽고 tv에서 많이 보던 유명 연예인들의 죽음은 매번 얼마간의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하지만 단순히 유명하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배우의 사망 소식은 이십 대 초반의 청년에게 꽤 커다란 충격이었다.


장진영이 출연한 영화를 검색해 보았다. 9편의 영화가 검색되었다. 그 가운데 내가 본 영화는 단 4편에 불과했다. 많은 작품을 통해 그녀를 접하지도 않았으면서 나는 왜 그녀를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꼽는 것일까. 싱글즈에서 보여주었던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주체적으로 찾아가려는 모습이 좋아서였을까, 국화꽃향기에서 애절한 비련의 여주인공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서였을까, 청연에서 보여주었던 빛나는 눈빛이 좋았기 때문일까?


장진영은 매력 있는 배우다. 소년과 소녀의 미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고 누구보다 발랄하면서 누구보다 우수에 찬 얼굴을 표현할 수 있다. 앙다문 입으로 분노와 억울함을 누르려고 애쓰는 그녀의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처연하다. 그런 그녀의 매력은 그녀가 출연한 영화 곳곳에 묻어있겠으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가장 위태롭게 빛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녀의 영화이기도 하다. 매력 있는 배우야 넘치고 넘친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를 단순히 매력 있다는 말 하나로 표현하자니 그녀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녀의 발랄함이 좋다. 그녀의 우수에 찬 표정이 좋다. 그 둘을 자유롭게 오가다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더 무게를 두어 표현해 낼 줄 아는 지혜로운 표현력이 좋다. 그녀가 맡았던 역할들은 하나같이 고난과 역경과 마주하고 있다. 때로는 그것을 이겨내지만 때로는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마치 우리의 인생을 닮았다. 어느 하나 쉽게 행복을 거머쥐는 역할이 없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중 아직 관람하지 못한 영화가 5편이나 남아있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과연 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아직 만나지 못한 그녀의 모습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어 두고두고 아껴두고 싶은 마음에 선뜻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의 그녀가 가장 밝고 행복해 보인다는 어느 영화 평론가의 글을 보았다. 조만간 그 영화를 통해 그녀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손에 닿지 않는 연예인이지만 곁에 있던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좋아했던 그녀를 추억하고 가끔씩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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