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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Nov 23. 2020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이 경쟁하는 시대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내적인 것도 그렇지만 외적인 측면에서 유전의 특성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아마도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이런 닮아있음, 닮아 내려옴을 바탕으로 가족 간에는 서로가 가족임을 받아들이게 되고 가족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유대감과 친밀도가 쌓여간다.


때때로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좋지 않은 결과가 도출될 때 그것의 원인을 찾기 위해 때로는 이런 유사성을 집안 내력이라는 안 좋은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은 결과를 끌어낼 때에는 전통과 풍습, 가풍이나 대라는 긍정의 언어로 사용하 오랜 세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깊은 뿌리가 있음을 드러내 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브랜드는 고유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이라는 책에서는 개인의 소비 형태를 세분화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그중 개인은 점차 자신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상품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점에 힘을 주어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아한 사람은 우아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상품을 소비하려 하고 남들과는 다른 독특함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독창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상품을 소비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이미 이런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를 진즉부터 파악하여 자신의 제품에 이미지를 입히는 작업을 오래전부터 진행해왔다. 광고에서 더 이상 기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이 제품을 소비할 때 획득할 수 있는 감성적인 측면, 가심비에 비중을 두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외제차로 벤츠와 BMW 그리고 아우디가 있다. 이 세 차종은 공교롭게도 모두 독일 브랜드라서 독 3사라고 불리는데  브랜드는 명확히 다른 지향점을 추구한다. 그것은 성능과 기능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성능을 넘어서 디자인적인 요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벤츠는 고급스러움과 안락함을, BMW는 스포티함과 펀 드라이빙을, 아우디는 미래지향적인 첨단의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해 많은 광고비를 지출한다.


진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광고와 설명을 듣고 있으면 점점 세뇌가 되는지 그 차량들이 정말 그런 이미지를 갖추고 는 것처럼 느껴진다. 삼인성호라는 말처럼 거대기업은 자본과 마케팅을 이용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들의 청사진을 때려 넣고 있는 것이다.


각 브랜드의 차량들을 살펴보면 패밀리룩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른 차종이지만 큰 틀은 공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벤츠의 s클래스, e클래스, c클래스가 물론 기능이나 크기, 성능에서 분명한 차이를 갖고 있지만 공통된 어떤 디자인적 요소를 통해 어떤 차종을 타건 벤츠라는 패밀리 안에 속해있다는 느낌을 명확히 전달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BMW나 아우디도 마찬가지다.


때때로 이것은 크기만 늘리고 줄여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여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원하는 고객들을 끌어올 수 있으며 이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단골 고객을 유치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완성차 회사에서는 이런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정체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아쉬울 때가 다. 신차가 너무도 마음에 들어 설레는 마음으로 계약을 해서 신나게 타고 다녔는데 2~3년 만에 전혀 다른 형태를 한, 같은 이름의 차종이 신차로 나올 때 기존의 소유자들은 소외감이나 허탈감을 느낀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 잘 팔릴만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물론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고려해야 될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이제는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하는 대상은 인간만이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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