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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Oct 26. 2020

되는 놈이 더 잘 되는 이유

확장하려는 관성이 불러오는 양극화  

서울의 경리단길을 필두로 하여 O리단길이라는 이름이 유행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벌써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가 있다. 개발 호재 혹은 마케팅의 효과로 수익 창출력이 수직 상승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사업자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땅값과 임대료는 올라가고 기존에 발을 붙이고 있던 영세 자영업자들이 밀려나 결국엔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들만이 살아남는 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구조 에서 토지와 건물 같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은 값비싼 임대료를 거두어들여 이득을 볼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은 올라가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격은 저렴하지만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는 2 급지 3 급지 상권으로 밀려나게 된다. 결국 잘되는 놈은 더 잘되고 밀리는 놈은 더 밀리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무섭고도 위험한 이유는 다름 아닌 양극화를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양극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부동산이 있다.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부동산에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묶여있다. 대략 70~80%의 자산이 묶여있다고 하니 집값의 등락에 따라 울고 웃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커다란 대한민국 자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부동산이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어떤 사람들은 자고 일어났더니 자산이 수십수백 억씩 증가해가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개인의 노력으로 성취한 것을 폄훼할 수도 없거니와 수요와 공급에 맞추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의 순리를 거스르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따라잡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양극화의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 특히 비혼 주의와 플렉스 문화, 딩크족은 더 이상 교과서나 텍스트로만 접하는 개념이 아니라 2030 세대라면 꽤 많은 주변인들이 이러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을 정도로 현실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 저출산 문제, 즉 국가의 존폐 여부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 국가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봉착한 것 같다.


양극화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경제적인 측면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양극화는 경제분야가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에서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독서만 봐도 그렇다. 글을 꾸준히 읽는 사람은 속도가 붙어 더 빠르게 읽고 더 많이 읽는다. 게다가 꾸준히 읽는 사람들은 종국에 가선 반드시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게 된다. 도서분야는 신규 소비자가 폭발적으증가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출판시장 파이의 규모가 획기적으로 커지지는 않지만 독서 분야 안에서 소비자들은 점차 생산자로 변모해가며 시장의 질을 높여가고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들의 지식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어간다. 하지만 올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은, 내년에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백종원이라는 요식업계의 신흥 아이콘이 방송계의 블루칩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한때 백종원이 방송계에서 영향력을 확장할수록 국내 골목시장 요식업의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라는 예측과 비난이 난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살펴보면 영세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음을 알  있다. 그의 사업이 점점 더 커질수록 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며 그 영향력을 선한 방향으로 기울임과 동시에 그의 사업은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게 될 것처럼 보인다.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의 종류가 몇 개인지 알 수가 없지만 백종원 거리가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그의 브랜드는 이미 대한민국의 요식업계를 먹어치우는 거대한 퍼스트 무버가 되어버렸다. 


될놈될 효과는 배움에 있어서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가끔 배우를 하다가 의사가 되었다거나 대학을 다니면서 사법, 행정, 외무 고시에 동시에 합격했다는 등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듣고 기인을 바라보듯 그러한 성취를 해낸 사람들을 놀랍고도 신기한 존재처럼 바라보곤 한다. 이런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더라도 우리는 주변에서 소위 팔방미인이라 불리우는 다재다능한 사람을 때때로 목격한다. 그들은 아마 향후 더 많은 능력을 갖추어나갈 확률이 높다.


성장하사람들은 끊임없는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한다. 배우다 보면 점점 욕심이 생기고,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이 갑자기 부끄러워지거나 궁금해 잠이 오질 않아 기어코 익혀내야만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평생학습이라는 말은 평생 동안 배워야 한다는 프레임을 통해 학습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한 업자들의 전략이라고  수도 있겠지만,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으로 보다 많은 것,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서 기쁨을 느끼며 시간과 노력을 들여 애쓰는 사람들 또한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장이 마무리된 국가, 즉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아실현에 도달하고자 하는 상위 욕구가 고개를 들어 올리는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톱니바퀴가 맞물려야 무리 없이 굴러가듯 어쩌면 학습시장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학습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 십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스마트 뱅킹조차 어려워하며 과거의 어느 시점에 멈춰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양극화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관찰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양극화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자연 법칙과 사회 법칙이 어떤 면에 있어서는 놀라울 정도로 겹쳐보인다. 확장되는 것은 더욱더 확장하려 하고 수축되는 것은 계속해서 더 작아지려는 것을 관성이라는 자연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이것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도 놀랍게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것이 집중하는 삶에 도달하도록 시간을 아껴줄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확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도 분명 가치 있는 생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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