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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Oct 30. 2020

비가 올 때까지 제사 지낸다

미련함과 간절함 사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


이 말은 무속신앙의 비 과학성을 비판하거나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떠한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 잘못된 투입을 반복하는 것을 조롱하는 말로 사용되곤 한다. 정말 그럴까?


살다 보면 본인의 노력과 전혀 상관없는 결과를 낼 때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달리다가 방향이 비틀어지고 어긋났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원했던 결과가 나오는 일도 있다. 그렇다, 삶에 있어서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일이란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그리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가 오기를 바란다는 것은 미래에 희망을 건다는 것이고 기우제를 지낸다는 것은 희망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기우제를 노력이나 도전 혹은 어떤 시도나 실패라고 생각한다면 기우제라는 행위가 비를 내리게 하는 것(결과)과 하등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수고스럽지만 계속해서 공을 들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 혹은 실패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이 모여 최후의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인생은 끝없는 성공이 펼쳐져 있는 천국의 계단이 아니다. 무수한 실수와 실패 절망의 반복에 지치지 않고 꾸역꾸역 한 걸음 한 걸음을 보태어 최후의 순간에 자신만의 성취를 이루어내는 게임과도 같다.


요즘은 무언가를 초월했다, 혹은 넘어섰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단어 앞에 "초"를 붙이는 것이 유행인 것 같다. 연결을 넘어선 초연결, 고속을 넘어선 초고속, 인공지능을 넘어선 초인공지능 등의 표현이 바로 그러한 사례이다. 드래곤볼의 초사이어인이 이런 초월적 개념의 조상쯤 된다는 생각이 들자 잠시 웃음이 나기도 하면서 우리는 "초"시대에 살고 있다는 어느 광고 카피가 실로 피부에 와닿는다.


여러 가지 초월적 개념들 가운데 초연결, 즉 네트워크에 관한 생각이 오늘의 이야기와 맥을 함께한다.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무수한 경험들, 실패라고 생각했던 못난 기억들이 나중에 돌아보면 서로 얽히고설켜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어떤 성과를 발생시킬 때가 있다. 이것은 초연결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며 누군가는 제7의 감각이라고 까지 부르는 모양이다. 즉, 경험을 바탕으로 한 통찰 정도가 되겠다.


누군가는 자신의 실패담을 엮어 타인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책을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지나간 연애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아 자신이 바라던 이상형에 가까운 이성을 만나 결혼에 골인하기도 한다. 사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없을 때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을 극한까지 투입해 본 사업가는 이후 그것의 고됨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적은 투입으로 더 큰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 즉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기어코 찾아내고야 만다. 웃음과 조롱의 대상이었던 비의 깡이 역주행을 하며 유행의 아이콘으로 급부상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적용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삶에 득이 되는 분명한 진리임에 틀림없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실패와 흑역사를 예방하고 싶은 아쉬운 마음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우리는 이것이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때 몰랐기 때문에 지금 알고 있는 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것을 몰랐던 시절이 있고 이후 알게 되는 시절이 온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며 인생의 포인트를 차근차근 찍어 갈 필요가 있다. 미세한 그 점들이 연결되어 언젠가 우리 각자가 바라는 무엇에 도달하기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 되어줄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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