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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Sep 17. 2020

오늘만큼은 네가 주인공

매일 한 명의 주인공을 만들어 주는 일

모두가 동시에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브런치 작가 심사에 통과했다는 소식을 받았던 날이 문득 떠올랐다. 몇 번의 탈락을 거쳐 얻어낸 결과였기에 넘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여 그간 혼자서 끄적여왔던 글 20개를 한꺼번에 몽땅 발행해버리는 성급한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기쁜 마음은 흥분을 가져왔고, 흥분은 성급한 행동을 야기시켰다.


그 후로는 하루에 한편 이상의 글을 올리지 않는다. 하루에 한편 이상의 글을 올리는 생산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뿐더러, 하루에 한 편을 올려야 그 글이 오롯이 그날의 주인공이 된다는 비밀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시절 투데이에 집착하듯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브런치에 올린 글의 조회수에 집착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했다. 오늘은 몇 명이나 나의 글을 읽으러 들어와 주었는지, 친절하게도 브런치는 조회수 별로 순위까지 매겨서 오늘 가장 많이 읽힌 글부터 가장적은 조회수 1을 기록한 글까지 통계를 내서 보여준다.


20개의 글을 한 번에 올렸던 날, 많이 읽힌 글도 있고 적게 읽힌 글도 있었겠지만 조회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한꺼번에 뱉어낸 각각의 글에 품었던 애정의 크기란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올렸을 때 품게 되는 애정의 크기와 비교하였을 때 아무래도 조금은 미미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  한 편의 글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관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주연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고 모두가 동시에 주연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욕심을 부렸던 게다.


아이들도 그렇다.
모두가 매일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시간적 물리적 환경을 고려해 보았을 때 그럴만한 기회도 없을뿐더러 그것을 디렉팅 할 만큼의 충분한 정신적, 체력적 여유가 교사에게도 없다. 하지만 매일 한두 명 정도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교사의 열정과 여유에 따라 그 수는 가변적이지만 어쨌든 몇 명 정도는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다.


한꺼번에 모두를 무대에 세운다는 일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며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일이다. 하지만 하루에 한 명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일은 조금의 준비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지속 가능한 일이다.


하루에 한 편의 글에 정성을 쏟아붓듯 하루에 한 명의 아이에게 정성을 쏟아붓는다면 그들은 나와 함께하는 일 년 동안 몇 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모두가 동시에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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