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 호 Aug 13. 2020

유튜버를 꿈꾸는 아이들

왜 유튜버가 되고 싶은가

교육부에서 주관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에서 5위, 2019년 초등학생 장래희망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직업군으로 유튜버가 선정되었다.


소셜 네트워킹이 우리의 삶 속에서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일반적인 인간관계의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았으며 집에서 TV를 보는 시간보다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더욱 많아진 2020년도에 어울리는 장래희망 직업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조사를 찾아보니 장래희망 직업 순위 10위권 안으로 유튜버가 들어오기 시작한 시기가 2018년도로 수렴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유튜버가 되기를 꿈꾸고 있는 것일까?


실제 작년에는 4학년 올해는 6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데 작년과 올해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본 결과 유튜버가 꿈이라는 학생의 비율이 얼추 20% 정도는 되었다. 아이들에게 왜 유튜버를 꿈꾸고 있는지 물어보았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대략 다음과 같다.


재미있어 보여서,
유명해지고 싶어서,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아서,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가만히 먹기만 해도 돈을 버는 걸 보니까 돈 버는 것이 쉬워 보여서.


어린아이들의 눈에 유튜버들은 이렇게 보였던 모양이다. 하긴 어린 나이에 어떤 직업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산물이 만들어지는지 생각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위의 이유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쉬워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파생되는 많은 문제점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노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미래 세대의 아이들에게 희석되어버릴까 싶은 점이다.


아이들의 눈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유튜버의 세상에도 노력은 반드시 필수적이다. 물론 투입한 노력 대비 큰 성과를 거두는 유튜버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직업군이 되었건 운이 좋아 성공한 케이스는 존재한다. 그 0.1%도 되지 않는 작은 확률의 예외사례를 보고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된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쉽게 판단하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유튜버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나는 묻는다.


유튜버가 된다면 어떤 콘텐츠로 영상을 찍고 싶니?

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자료들이 필요할까?

그런 자료들은 어디에서 수집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니?

네가 생각하는 콘텐츠와 비슷한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채널을 몇 개나 알고 있니?

그렇다면 그 채널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인 것 같니?

네가 영상을 만든다면 그 채널의 어떤 점을 벤치마킹할 수 있을까?

촬영은 어떻게 할 거니?

어떤 장비를 사용할지 생각해봤니?

편집은 어떻게 할까?

네가 봤던 영상 중에 편집이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영상이 있니?

대본은 어떻게 써야 할까?

대본을 잘 쓰려면 어떤 연습이 필요할까?

혼자서 가능하겠니?

혼자서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직원을 쓴다면 그 직원의 월급은 얼마를 주어야 할까?


어린 학생들의 꿈을 짓밟기 위해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쉽다고 생각하는 그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세상에 만만한 것은 결코 없다는 것, 유튜버를 하건 공부를 하건 이 세상에 어떤 일이든 성취를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의 투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서 아이들과 이런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다.


국내 유튜버가 몇 명인지, 유튜브를 통해 매월 꾸준히 수익을 내려면 구독자가 몇 명 이상이 되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충족시키는 유튜버는 몇 명인지 이런 것들을 알아보는 것도 본인이 원하는 직업에 뛰어들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일 텐데 이런 것들에 대한 사전조사 없이 막연하게 웃긴 영상 먹는 영상 좀 찍고 운 좋으면 대박 나겠지라는 생각은 한탕주의와 다를 바 없기에 유튜브를 꿈꾸는 아이들과 반드시 깊은 대화를 나누어봐야 한다.


대세라는 것은 거기에 참여하는 것이 곧 성공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청소년의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교사나 공무원이 상위권이었던 적, 연예인이 상위권이었던 적, 운동선수나 프로게이머가 상위권이었던 적이 있다.

대세는 유행처럼 수시로 바뀌는 것이다. 이 대세라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깊이 생각해보고 나온 결과라기보다는 매체에서 얼마나 자주 다루고 자극적인 성공사례를 많이 접했으며 현재 사회적인 관심이 많이 쏠려있다는 것에 의한 결과물이다.


꿈을 꾸는 것은 언제나 환영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나 경쟁은 존재하며 내가 그 경쟁에 뛰어들어가서 열매를 획득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 혹은 갖추려 노력할 준비가 되어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유튜버를 꿈꾸는 일이 노력을 가볍게 여긴다는 말과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라면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이 유튜버든 다른 무엇이든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아남는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