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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Jul 30. 2020

살아남는다는 것

무능한 버티기가 아닌 무수한 행동의 결과물

 "살아있다"라는 영화가
코로나 시국에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흥행의 이유가 코리안 좀비라는 새로운 장르가 뿜어내는 참신성과 호기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직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살아남기 위해, 살아있음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있을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의 제목을 보고 살아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흔히 직장생활이나 어떤 소속집단에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에게 살아남았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살아남았다는 표현은 그 자체로 유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은 유능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제 몫은 다 해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인간의 세계에서도 심지어 생명이 없는 사물의 세계에서도 살아남음, 즉 선택을 받고 존재의 당위를 인정받아내기 위해서는 어느 부분에 있어서 건 뛰어나거나 제 몫을 다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은 죽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한 명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살아남는다는 표현이 단순히 생명유지에 있어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 안에서도 살아남음을 적용해볼 수 있다. 살아남는다는 것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가 존재하겠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살아남는 방식에 대하여 다양하게 제시하려고 했던 것이 분명하다.


 조각난 부부관계를 억지로 유지하는 , 부부관계는 깨어졌어도 소중한 자식을 지켜낸 , 질긴 악연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노력으로는 수정이 불가능한 본성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 잔인한 현실로부터 회피하는 것, 어떤 것을 살아남았다고 봐야 할지는 전적으로 시청자의 판단에 달려있겠지만 드라마는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다양한 답안지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살아남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결혼 후의 생존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었다.


 중요한 것은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를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물아래에서는 쉴 새 없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는 이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남들은 알아주지 않고, 알려고 애를 쓰지도 않지만 나는 혼자서 열심히 발을 동동거리며 행동해내야만 성취할 수 있는 것.

 

 발을 동동거리고 허우적거릴 때에는 다소 모양이 빠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시 폼이 안날 지언정 가라앉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렇게 먼 훗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많은 것들을 하고 있을 당신이 근사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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