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고요함 속에서 유한한 나와 만나는 시간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야행성이었다.
공부를 할 때에도, 놀 때에도 언제나 낮보다는 밤에 에너지가 샘솟았다. 밤이 되면 머리가 맑아지고 온갖 상념들이 떠오른다. 그 상념들에 둘러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지내온 세월이 지금에 와서는 아까울 따름이다. 그 작지만 귀한 생각의 파편들을 잘 갈무리해 진즉부터 글로 써냈더라면 아마도 벌써 책 한 권쯤은 충분히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것 같은 깊고 어두운 밤, 생각의 동굴 속으로 조금씩 천천히 기어 들어가는 순간이면 이 시간 나처럼 자신의 생각들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이것을 잘 정돈하여 세상으로 끄집어낼지 고민하고 있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묘한 동질감을 느끼곤 한다.
얼굴도 모르고 한 번도 서로 마주한 적 없는 무명, 무안의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가 문득,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일까 궁금해진다. 언젠가 한 번쯤 기회가 된다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생각과 느낌,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머릿속에 생각의 파편들이 이리저리 산발적으로 튀어 오른다. 떠오르는 것은 제법 있는데 글 쓰는 것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보니 표현의 한계가 종종 느껴진다. 좋은 식재료를 눈앞에 두고도 요리 실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어내지 못할 때 느끼는 아쉬움이 이와 비슷할까? 재료는 재료대로 아깝고 좀 더 맛있게 손질되지 못한 글들을 바라보며 아쉬움이 남는다.
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본다. 국내 42개의 대학에 문예창작학과가 있다고 한다. 문예창작의 기초부터 시, 수필, 소설, 드라마 대본 쓰기와 같은 글과 관련된 커리큘럼에 눈길이 가다가도 올해 대학원 졸업을 앞두면서 다신 대학에 공부하러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다짐이 생각나 다시 대학에 다니며 공부며 과제를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요즘같이 배움의 문이 활짝 열린 세상에 굳이 대학이 아니어도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분명 어딘가 있을 텐데, 그곳이 어디인지 정보가 없는 막연한 상황에서 길을 찾는 일은 언제나 갑갑하고 어렵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욕심을 채우려 허겁지겁 브런치 작가들의 수필들을 읽어대 보지만 단순히 감상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급하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필사를 해봐야 할까, 유명한 책 쓰기 강사들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될까.
이런저런 고민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보면 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밤은 언제나 머리의 시간이다. 오늘도 잡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기까지 왔다. 생각한 것들은 언젠가 행동으로 옮겨지기도 하고, 혹은 언제 그런 생각을 했었던 적이나 있냐는 듯 희미해지기도 하겠지만 언제나 행동의 앞에는 생각이 있었다. 생각한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행동으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