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또 다시

인생에 한 번은 주인공이 되리라

by 정 호

코로나로 인해 코스피 코스닥 시장이 역대급 하락을 맞이하고 한 해가 지났다. 년이 지난 지금 무너져가는 실물 경제와 다르게 코스피 코스닥 시장은 역대급 최고점을 찍으며 연일 신고가를 형성하여 코스피 3천, 코스닥 1천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주식 용어 중 "순환매"라는 말이 있다.


큰 자금을 굴리는 은행, 증권사, 펀드사, 연기금, 기타 투자사들 그리고 큰손이라 불리는 개인 혹은 세력들의 자금이 한 분야에 막대하게 몰려 일정기간, 일정 수준만큼 급등을 하고 뒤늦게 관심을 가진 개미들의 시선이 몰리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넘기고 다음 투자대상으로 옮겨가는 형태를 가리켜 순환매매, 혹은 순환매라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부동산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24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집값이 들썩이며 역대급 상승을 이어가, 마치 부동산 가격이 주식처럼 연일 급등하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서울만 해당되는 것 같았던 미친 집값 상승은 더 이상 서울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을 규제하자 경기도로, 경기도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세종과 광역시로, 이제는 광역시를 넘어서 지방 거점 도시와 1억 미만 주택으로까지 자금이 흘러들어와 이곳저곳 들썩일 준비를 하고 있다.


투자처를 찾는 자본의 흐름은 언제나 정책보다 밝은 눈과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 한쪽에서 수익을 내고 규제가 생기는 즉시 재빠르게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아내고야 만다. 이런 순환매의 최후 희생자는 언제나, 정보에 가장 눈과 귀가 어두운 우리 같은 소시민이다.

자본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돌고 도는 것처럼 소비자는 항상 새로운 재미를 찾아다닌다. 매체는 소비자의 트렌드와 금세 질리고 마는 인간의 속성을 파악해 내는데 탁월하다. 왜냐하면 그것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캐치해내느냐 하는 것은 수익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싱어게인"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보면서 트렌드라는 것이 정말 바뀐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음악을 처음 접하기 시작했던 1990년대는 아이돌 음악의 태동기였다. 그 후 약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이돌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아이돌 음악이 곧 대중음악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던 무렵 2011년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오래도록 사랑을 받아왔고 완성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아이돌의 음악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은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이다. 오래도록 거의 독점에 가까울 정도로 우리의 귀를 사로잡았던 아이돌의 음악에서 벗어나 나가수는 잊혀진 옛 가수들을 불러와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나는 가수다는 가요계에 있어서 트렌드와 다양성, 순환매의 시작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가수를 시작으로 쇼미 더 머니, 미스 트롯은 각자 힙합과 트로트의 전성기를 열었고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아류를 탄생시키며 새로운 시장의 파이를 확대해 나갔다. 이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적당히 질려가고 있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캐치해내는 능력이 탄생시킨 신흥시장의 개척이라 할 수 있다.


트로트 홍수에 질린 사람들은 이제 싱어게인을 통해 새로운 갈증을 해소하려 한다. 이제는 무명의 발굴이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무명의 사람들을 조명하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무명의 우리를 울리기에 충분하다.


주인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될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며 스스로 용기를 북돋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남들의 시선 따윈 중요치 않다고 말하지만 남들을 의식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언제나 타자를 통해 나를 정의하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부와 단절될래야 될 수 없는 개인인 우리가, 타인에게 인정 받으며 주인공이 되는 순간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를 뜻하는 언더 독 효과에서 우리는 싱어게인에 열광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무명의 가수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차례가 왔다.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무명의 우리들에게도 언젠가 순환의 이치에 따라 반드시 기회가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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