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발버둥
"또 바꿨어?"
"심심해서 한 번 바꿔봤어."
학창 시절 하교 후 집에 오면 낯익으면서도 무언가 묘하게 살짜쿵 바뀐 집의 모습에 낯섦을 느끼며 엄마에게 묻곤 했다. 그럴 때면 엄마는 별일 아니라는 듯, "심심해서 바꿔봤어. 어때?"라고 나에게 되묻곤 했다.
헌데 심심해서 살짝 바꿨다고 하기엔 여자 혼자 옮기기 꽤나 무거운 무게의 가구들이 이리저리 시도 때도 없이 옮겨지는 것을 보며, 아직 어렸던 나는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왜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 걸까. 귀찮지도 않을까. 여기 있던 것을 저기로 옮긴다고 좁은 집이 넓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애를 써가며 혼자서 낑낑대고 가구들을 끊임없이 옮기는 것일까.
"발은 또 왜 그래?"
"서랍장 좀 옮기다가 찍었다."
"그러니까 그냥 놔두지 뭐 한다고 그걸 옮겨"
"이렇게 하니까 새 집 같지?"
미련하게 혼자서 낑낑대며 가구를 옮기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는 것도, 그러다가 발가락에 피멍이 들게 다친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싫었다.
그땐 몰랐다. 집안에 작은 가구를 옮기는 것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작은 일탈이자 변화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유현준 교수는 인간은 누구나 사적 공간을 점유하고 싶어 하고 그 공간 안에서 개인의 세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한창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가야 할 어린아이들에게 각자의 방이 필요한 것은 그래서 중요한 일이며, 우리나라 같이 땅이 좁은 나라에서 각종 방 문화가 발달한 것, 상가건물에 입점하는 많은 가게들 가운데 유독 카페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적인 공간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고 그만큼 대국민적인 갈급함이 느껴지는 문제라고 말한다.
그때 엄마는 본인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 내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던 것이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도 쓰고 글도 쓰고 싶었다는 엄마. 넓은 집에 살면서 다양한 용도의 방을 가지고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기에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숨쉴 틈을 찾으려 애썼을 지금의 내 나이 또래의 한 여자가 불현듯 안쓰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