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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Jan 27. 2021

어그로 꾼과 음모론

정신적 사기꾼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와 관심을 먹고사는 직업이라는 말을 연예인들 스스로 종종 한다. 이것은 곧 관심은 영향력의 확장이며 확장된 영향력의 파급효과에 따라 불러주는 곳이 많아져 몸값이 오르니 대중의 인기가 연예인의 수입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젠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연예인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도 얼마든지 개인의 역량에 따라 1인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전엔 연예인들만이 갈구하던 대중의 인기와 관심을 두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꼭 1인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떤 직업을 갖고 있건 간에 본인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자신의 인지도를 올리려는 노력들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생태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이것은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보다는 개인 사업을 꾸려나가는 자영업자들에게 조금 더 치열하게 다가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지도와 유명세를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생긴다. 어그로와 관종이 바로 그것이다.  


어그로 :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하여 인터넷에 자극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일.


대중의 관심이 곧 나의 수익성으로 직결되다 보니 선한 관심이 아닌 비난과 비방을 듣더라도 그것이 차라리 무관심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플보단 악플이 차라리 낫겠다는 말을 하는 연예인들처럼 이들 어그로 꾼들은 각종 자극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거나 이슈가 될만한 것에 슬쩍 편승하여 자신의 이득을 챙긴다. 그들에겐 재미와 경제적 이득 이외의 다른 것들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학대받아 생을 마감한 어린아이, 연예인들의 가십거리, 석방된 범죄자, 조심스럽고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며 또 다른 누군가가 상처 받을지도 모를 이런 민감한 일들조차 그들에겐 그저 돈벌이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선동과 날조, 입맛에 맞도록 조작된 약간의 각색과 같은 것들이다. 그들은 음모론을 좋아한다. 요즘 소위 잘 팔리는 글이나 책의 제목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런 식의 제목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가 있다.


학교에서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회사에서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가난한 부모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의사들이 절대 당신에게 말해주지 않는 비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절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순수 예술가가 대중 예술가를 비판하는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 마케팅은 중요하다. 잘 팔리는 콘텐츠라는 것은 사람들이 그만큼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관심은 필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생산물을 만들어 낸 다음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맛깔스러운 제목과 닉네임을 붙이는 것.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제대로 된 상품을 잘 팔아 낼 수 있도록 돕는 멋들어진 행위임에 분명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그럴듯해 보이는 포장지와 MSG를 가득 묻혀 형편없는 생산물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는 행위이다.  


저런 제목의 글을 보면 일단 클릭을 하게 된다. 도대체 비밀이 뭘까?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막상 글을 읽고 나면 글을 쓴 사람에게 네가 숨기고 있는 속내가 무엇인지 묻고 싶어 질 때가 많다. 숨기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거나 내용과는 상관없이 두루뭉술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말 학교나 회사, 의사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 가난한 부모가 일부러 알려주지 않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 걸까? 저런 제목의 글은 알려주지 않는다는 주체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상 그 주체들이 일부러 어떤 의도를 가지고 알려주지 않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것은 음모론이다.

미국은 사실 달에 유인 우주선을 최초로 보내지 않았다거나 나사는 외계인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미스터리 한 것은 신비롭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것이 사람들이 음모론에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음모론이 재생산되는 이유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재미있고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다 유명인에 관한 것이면 더욱 좋다. 사람은 원래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 덕분에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음모론이 회자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깨어있다는 착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A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B이고 나는 그것을 알고 있는 소수에 속한다는 생각이 주는 어떤 우월감, 이런 느낌이 음모론을 순환시키는 메커니즘이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과 언택트 시대로의 진입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이 어떠한 형태로든 나의 이익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무리수를 두며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사람들은 꼭 기억해야 한다.


사람은 자신 안에 들어있는 것 이상을 결코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 무리한 욕심으로 한 순간의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진 몰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 내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닌 것들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만일 그런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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