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뿌리내리게 할 것인가
한두 살 먹은 여느 남자아이들이 그러하듯 우리 집에 사는 두 돌 지난 남자아이 역시도 자동차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길을 가다가도 자동차를 보면 시선이 멈추고 아파트 주차장을 드나드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것이 삶의 낙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자리에 멈춰 서서 하염없이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온통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인 세상일 텐데 왜 유독 자동차에 이리 큰 관심을 갖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자동차와 공룡, 로봇을 좋아하는 것이 남자아이들의 태생적인 본능인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집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장난감과 책들을 많이 접했기에 세상에 나왔을 때 자신이 집에서 경험한 것을 실제로 마주하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에 이르자 문득 막중한 책임감이라는 것이 실체화되어 코 앞에 서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직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아이의 세상에 나는 어떤 바탕을 그려주고 있을까, 갓 태어난 짐승이 처음 움직이는 물체를 마주하여 그것을 부모라고 인식하는 각인효과처럼 아이의 세상에서도 부지불식간에 각종 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테다.
올바른 사람, 올바른 감정, 올바른 세상에 대해 알려줘야 할 텐데, 잘못된 사람, 잘못된 감정, 잘못된 세상을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에게 전수하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아이의 세상에
어떤 것들을 뿌리내리게 할 것인가.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고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텐데 나는 아이에게 세상의 어느 부분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