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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호 Jun 25. 2020

현관에 걸쇠를 거는 이유

안전과 숙면을 위한 필요조건

매일 밤 잠들기 전
나는 현관으로 가서 걸쇠를 걸어 잠근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잠들기 전이면 으레 행하는 수면 의식처럼 나는 걸쇠를 걸어 잠그러 현관으로 걸어간다.


하루는 부인이 웃으며 물었다.

"뭐하러 귀찮게 매일 그걸 잠그는 거야?"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어릴 적 우리 집에 도둑이 든 적이 있었거든"


 그랬다. 어린 시절 도둑이 들었던 무서운 경험이 나의 삶 깊숙한 곳에 하나의 습관을 남긴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10살이 될 때까지 나는 주택에서만 살았다. 도둑이 들었던 집은 내가 8살~10살 사이에 살았던 2층으로 된 주택이었다. 1층이 우리 집이었고 2층엔 또 다른 세대가 살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웃이 바로 곁에 있었음에도 도둑이 들었다는 생각에 더욱 공포스럽다.


 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남의 도움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동일한 도둑인지 서로 다른 도둑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집에서 살면서 2번의 봉변을 당했다. 집에 들어왔을 때 드라마에서나 보던 것처럼 온 집안이 가족 이외의 누군가의 손에 의해 헤집어져 있는 장면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공포를 헤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물며 2번 이상 같은 경험을 반복되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극심한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 현관으로 가 걸쇠를 걸어둔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아파트다. 신축이라 방범도 이중으로 잘 되어있고 옛날 오래된 주택처럼 현관 이외에 옥상에서 집으로 연결된 문이라던지 주방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 따위가 없어 오직 현관 한 곳만을 통해 출입이 이루어지다 보니 신경도 덜 분산되어 좋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나는 평생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 아파트가 주는 견고하고 폐쇄적인 느낌이 좋다. 이웃 간의 정이나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은 필요 없다. 이런 것들은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영역이지만 안전만큼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나는 오늘도 내일도 현관을 걸어 잠그며 우리 가족의 안전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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