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90년생이 온다

주류의 비주류에 대한 해석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하여 유명세를 탔다는 책 "90년생이 온다"를 읽어 보았다. 작가는 방대한 자료를 근거 삼아 90년생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범주화시켜 한 권의 책을 만들어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여 12년간 신입사원 입문 교육, 소비자 분석,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 몸담아 왔다는 작가의 경력에서 목차 구성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90년생이라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 배경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그들의 특징, 조직원으로서 90년생들이 갖고 있는 관점과 그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 소비자로서 90년생이 갖는 위력과 파해법, 크게 이렇게 세 파트로 나뉜 이 책은 기존의 규범과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신인류를 이해해보자는 은혜로운 마음에서 시작된 작업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본인이 하고픈 이야기의 근거를 탄탄하게 다지려는 작가의 모습에서, 책에 대한 그리고 90년생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애틋한 노력을 분명 읽을 수 있었고, 그것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크게 한몫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작가의 경력 탓인지 내 눈에는 이것이 호혜로운 이해의 발판이라기보다는 90년생을 제외한 세대들의 90년대생 공략집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82년 김지영"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의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들을 들여다보자, 그리고 그들을 이해해보자, 다만 나는 여기에 그대로 서있으면서. 뭐 이런 느낌이랄까? 적극적으로 같은 호흡을 섞으며 마주하는 너와 내가 아니라, 나는 한 발자국 멀리 떨어져 서 있으면서 철저한 타인으로 대하며 관조하려는 태도.

사실 90년생이 온다는 제목만 보더라도 90년생을 외부인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는 주류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낯선 외부인에 대한 분석이다. 입장을 바꾸어 90년생이 60년생을 분석하여 60년생은 누구인가 라는 식의 책을 출판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이와 같은 폭발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2021년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봤을 때 60, 70년생은 주류의 위치에 90년생은 아직은 비주류의 위치에 서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류의 입장에서 그들은 낯설고 신기한 존재였기에 도대체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그들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궁금했던 찰나 그에 대한 적당한 답을 내려주는 도구로써 유효하게 기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목차가 큰 기여를 했다. 그들은 누구인가 질문을 던지며 그들에 대해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던 첫 번째 챕터를 읽는 동안에는 즐거운 마음이었다. 순수하게 그들에 대해 알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챕터인 직업인으로서의 90년생, 세 번째 챕터인 소비자로서의 90년생 파트는 90년생을 위해서가 아닌 그들을 대해야 하는 90년생 이외의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 때문에 이렇게 삐딱한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작가는 결코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쁜 마음으로 책을 쓰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언제나 문제는 사람이다. 아전인수 격으로 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언제나 그 지점에서 의외의 문제 상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갖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그들이 왜 다른 어떤 세대보다 안정성과 워라벨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는지 다양한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90년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앞선 세대로 하여금 측은지심을 품게 하여 세대 갈등의 완충 작용을 이뤄내 줄 바탕을 마련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왔던 부분은 90년생의 특징을 간단, 재미, 정직함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로 상정하고 여러 가지 예시를 통해 그것을 증명해가는 과정이다.

간단함에 대한 근거 자료로 줄임말의 다양한 양태와 짤방, 세 줄 요약, 초단편소설 등의 사례를 들고 재미를 추구하는 그들의 태도를 병맛 추구, 드립이 충만한 나무 위키, 와썹 맨 등으로 해석하며 정직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공무원 열풍의 이유, 학종, 호갱 노노, 화해, 잡플래닛 등의 어플이 성공하게 된 것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특히 각종 어플의 성공 사례를 90년생의 정직함에 열광하는 성향과 연결 지어 설명하는 것을 보며 역시 기업에서 마케팅과 소비자 분석을 오랫동안 해온 직업인다운 연결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그들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와 근거가 활용되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단연코 "모바일 기기 사용의 일상화"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에 친숙한 세대라는 말을 이미 너무도 많이 들어왔으나 그것이 이토록 강력하게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뭐랄까... 사자를 눈 앞에 두었을 때 느낄법한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의 섞여있는 느낌이랄까?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두려운 존재를 실제로 마주했을 때에나 느낄 수 있는 황당함, 혹은 공포 뭐 그런 비슷한 느낌이었다.

간결한 언어를 사용하게 된 이유도, 더 이상 긴 글을 읽지 못하게 된 이유도, 즉각적인 흥미와 보상을 담보하지 않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게 된 이유도, 단편소설을 넘어서 초단편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하게 된 배경도, 재미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도, 조직 안에서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고 즉각적인 참여를 통해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이유도, 스몰 비어의 등장도, 이 모든 것들이 스마트 폰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큰 충격이었다.

모든 일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결과가 따라오기 마련이듯, 스마트폰이 불러온 재앙의 크기와 견줄 만큼 분명 그들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거대한 결과 역시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도 작가는 그런 잠재력과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