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비친 태양

순간을 사랑하자

by 정 호

매주 금요일 퇴근길이면 아이에게 일주일간 먹일 소고기를 사러 근무지 근처의 한우 협동조합에 들른다.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부모 마음에 이유식을 뗀 이후 매일 하루 100그람씩 꼬박꼬박 소고기를 먹인지도 어느덧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이 되어간다.


소고기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200m가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짧은 다리를 하나 지난다. 내륙 지방에 작은 하천들밖에 없는 도시인지라, 이 도시에 사는 동안은 운전 중에 물에 비친 태양을 보는 일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천만뜻밖에도 시간만 잘 맞춘다면 금요일 퇴근길에 노을 질 무렵의 태양이 물에 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강렬하면서도 따가운 빨강의 빛을 눈부시게 뿜어대던 절정의 시간을 지나 부드럽고 따사로운 은근한 주황의 빛깔로 탈바꿈한 태양은 아름답다. 부드러워졌다곤 하나 본디 품고 있는 에너지가 너무도 강력한 탓에 직접 태양을 두 눈으로 마주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럴 때면 마치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설레는 첫 만남에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곁눈질로 슬쩍 쳐다보듯, 물에 비친 태양을 곁눈질로 슬쩍 쳐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다리의 길이가 길지 못한 탓인지 굴러가는 자동차의 속도가 빨라서인지 다리를 지나는 시간은 짧게만 느껴진다. 다리를 빠르게 지나올수록 물에 비친 태양의 움직임 역시도 빨라진다. 악셀에서 발을 떼고 천천히 다리를 건너며 물에 비친 태양과 오랫동안 마주하고 싶지만 뒤따라오는 차량의 시선이 따가워 마음껏 여유를 부릴 수 없음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늘 위에 떠 있는 태양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인데, 물에 비친 태양은 나의 속도에 맞춰 바로 옆자리를 지키며 따라붙는다. 그러다가 다리가 끝나고 나면 언제 옆에서 마주하고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찰나의 순간, 찰나의 비침.


손에 닿지 않을 듯 먼 곳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은 내 안에서 경탄과 흠모를 자아낸다. 거대하고 무한하며 영원할 것 같은 압도적인 아름다움 앞에서 인간은 작은 존재로 겨우 버티며 서 있을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일시적이며 순간적인 존재, 나의 움직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마주할 때 인간은 바라보는 사람에서 행동하는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그것은 관심이며 사랑이다.


짧은 다리 아래, 좁은 폭의 강 위에 잠시 반사되어 비치는 태양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는 나의 마음이 그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순간을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필연적으로 소멸을 기다린다. 소멸하는 것들은 애틋하다. 내가 관심을 주지 않는다면 나의 삶과 영원히 만나보지도 못한 채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을 작은 것들이 얼마나 무수히 존재하겠는가.


사랑한다는 것은 순간을 잡는 일이다. 우리는 순간을 살고 있으면서도 항상 과거나 미래, 영원한 것만을 바라보려 애쓴다. 하지만 진짜는 순간 속에만 살아 숨 쉰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존재하는 찰나의 빛나는 것들에 마음을 내어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진짜 사랑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