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숙여야 가뭄이 보인다
완벽하다는 단어에 걸맞는 대상을 지금껏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물며 허점 투성이에 앞뒤 안 맞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간이라는 존재가 완벽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당연하게도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늘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결국 완벽해지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괴로워하고, 완벽하지 못한 타인을 비난한다.
인간은 결함으로 가득 차 있는 모순적 존재다. 굳이 종교나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 스스로의 부족함에 직면한다. 헬스를 끊어놓고 일주일째 한 번도 헬스장에 방문하지 않는 자신의 나약한 의지력에 실망하고 오늘 처리해야 할 목표를 충실히 달성해내지 못한 모습에 좌절하며 별것도 아닌 일에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자신의 얕은 인간적 한계에 수치심을 느낀다.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아득바득 기를 쓰고 노력해봐도 매일 비슷한 것만 같은 내 안팎의 상태 변화를 하루 이틀 만에 알아차리긴 힘든 일이다. 아주 오랜 반복과 성찰의 시간을 거친 후에서야 "내가 조금 변한 것도 같구나"라는 느낌을 어렴풋하게 받을 뿐이다.
본인 스스로 만족할만한 최고의 수업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퇴직하기 직전 마지막 수업이 최고의 수업이 되기를 바란다는 한 교사의 다짐과 실천을 마주하며 완벽에 다가서고자 끊임없이 고뇌하며 노력의 시간을 쏟고 있는 한 인간의 모습에 존경하는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고되고 지난한 반복의 시간을 끌어안고 끊임없는 수양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들, 스스로 완벽함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심각한 나르시스트가 아닌 이상 그렇게 말하긴 분명 어려울 테다. 그렇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장인정신이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는 것, 끊임없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애를 쓰는 것, 새로운 한 끝의 차이를 발견해내기 위해 반복에 지치지 않는 것. 반드시 필요한 자세이긴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겪다보면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다. 스스로의 나약함과 부족함에 직면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나를 작아지게 만들고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작아지고 위축되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일까?
완벽하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에 작아지고 위축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만 우리는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동력을 얻기도 하고 겸손함을 배우기도 하며 세계를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다.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모든 업종 종사자들이 가져야 할 유의미한 삶의 태도이겠지만 특히 교사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자세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은 다양하다. 학생 역시 다양하다. 학업 수준이 다르고 가정환경이 다르며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 역시 다르다. 교사가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각할 수 있을 때에만 가르치는 학생들의 부족함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유와 깊이를 갖게 된다. 다시 말해 역지사지가 가능해진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나조차도 그렇다. 나와 결이 다른 사람을 마주할 때면 금세 불편해지고 서둘러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내 생각과 경험은 일정한 루틴을 반복하며 점점 깨뜨리기 어려운 철옹성을 쌓아간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태도임에 분명하다. 정답을 정해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는 이미 권위에 내가 종속되어 버렸음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나는 완벽하고 너는 틀렸다는 생각, 그것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이자, 권위에 먹혀버린 자아이며, 오만함을 벗으로 삼아 타인을 멀어지게 만들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슬픈 자화상이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으며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본인은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런 사람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고통스러울 확률이 매우 높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작아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찌 타인의 부족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은 본디 편한 것을 추구하는 존재다. 하지만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타성에 젖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삶의 관성은 빠르고 강력하게 우리의 몸과 정신에 끈끈하게 달라붙어 다른 길로 한 발자국 내딛는 것을 어렵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낯섦으로 우리를 내던져야 한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취미를 배운다거나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책을 읽는다거나, 나와는 철저히 다른 종류의 사람들과 만남을 가져야 한다. 의도적인 다름과 낯섦의 스파크를 통해서 우리는 가끔 세상의 다양성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도적인 내던짐을 잘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배움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우리는 그때에서야 비로소 이해와 관용을 배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려는 사람만이 존재할 뿐이다.
완벽하다고 생각할수록 완벽에서 멀어질 것이고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할수록 완벽에 가까워질 것이다.